의대 정원 확대 27년 만에 확정… 의정 갈등 더 깊어질 듯

27년 만에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서 의정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대학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로써 의대들은 2025학년도에는 3058명에서 1509명 더 늘어난 4567명을 선발한다. 27년 만에 의대 증원이 확정된 셈이다. 교육부는 수시·정시 비율이나 지역인재전형 등 구체적인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27년 만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된 24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인근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의료계 반발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9개 의대 교수들이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이 확정·발표하면 1주일 휴진 등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오는 30일 전에 휴진 계획을 발표할지 이목이 쏠린다.

 

다만 전의비는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정안을 발표할 때까지 교수들은 희망을 가지고 진료를 계속하겠다”며 “당장 환자에게 피해가 갈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전공의들의 의사 면허를 정지하면 이전에 논의한 것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 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대증원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대법원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전의교협은 이날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의교협은 “30일 시행계획 승인, 31일 입시요강 발표가 공언돼있기 때문에 29일까지는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와야 한다”며 “교육부 장관은 대법원의 최종 결정 전까지 시행계획 및 입시요강 발표를 보류하고, 대법원은 소송지휘권을 발동해달라”고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며 연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의교협은 대법관을 향해 “정부로부터 모욕당하고, 환자들과 국민들로부터 조리돌림 당하고, 이제는 서울고법 판사로부터 외면받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절망을 헤아려 보셨나. 대법관님의 자녀라면 돌아오라고 하실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돌아오라고 말하기 이전에, 환자와 국민이라는 익명에 숨어 비수처럼 쏟아부은 그 저주의 언어를 거두어들여야 한다”며 “군중의 시기, 질투를 부추기고, 의료인을 마녀 사냥한 저주의 굿판을 때려치워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법부가 정부의 2000명 증원을 집행정지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나라의 존망이 달린 사건에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의학계 석학 단체인 대한민국 의학한림원은 이날 의견서를 내고 “2000명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가능한 답을 구하고 의사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독립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정원을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료 개혁의 방향과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지금의 상태에서 인구변화만으로 미래를 추측해, 의학교육의 수용한계를 훨씬 넘는 대량의 의대정원 증원을 무리해서 추진한다면 의사 양성에 있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손상을 남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3개월을 넘으며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일부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섞인 목소도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당분간은 더 시끄러워지지 않겠느냐”면서도 “증원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제 돌아올 사람은 돌아오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대로 남는 상황이 하반기부터는 이어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도 최근 통화에서 “전공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기 때문에, 이제는 절반 정도는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돌아오더라도 예전처럼 근무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