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중학생 수준이라 취업 안 돼”… 여대생 잔혹 살해한 정유정 [그해 오늘]

정유정. 연합뉴스

 

2023년 5월 26일, 부산 금정구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은 대한민국 전체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정유정(24)이 평범하게 살던 또래의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여 유기한 것이다. 당초 정유정은 마치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는 계획이었지만 피가 묻은 여행용 가방을 수상하게 여긴 한 택시 기사의 기지로 인해 사건이 발각됐다. 택시기사는 처음엔 여자가 혼자 여행을 가는 것으로 여겼지만 홀로 캐리어를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간 정유정이 20분 쯤 뒤 숲에서 나와 택시를 태워줄 수 있냐고 물은 것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정유정은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을 인정받아 경찰에 의해 신상이 공개되었고,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정유정의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생활해 왔고 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점점 잃어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새로운 시작을 꿈꿨으나, 대학 진학 실패와 연이은 취업 실패로 인해 절망의 깊이는 더해만 갔다. 실제로 그는 경찰 조사에서 “영어가 중학생 수준이라 취직이 안 된다”고 한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유정의 내면에 쌓인 분노와 비관은 결국 무고한 사람들을 향한 살인 욕구로 변질되었다. 온라인에서 범죄물에 몰두하며 살인에 대한 생각을 공고히 한 그는 범행 3개월 전부터는 인터넷에 ‘살인’ 관련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하기에 이른다.

 

정유정이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끌며 피해자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 KBS 제공

 

실제 범행을 계획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범죄를 시도했으나, 우연과 타인의 기지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정유정은 과외 중개 앱을 이용해 자신의 범행 대상을 찾아냈고, 살인을 저질렀다.

 

정유정의 범죄는 단순한 살인을 넘어, 사회와 가정에서 소외된 개인이 어떠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범죄 심리 분석에서도 그의 행동은 가족에 대한 원망과 사회로부터의 고립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됐다.

 

1심 재판부는 기소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평탄하지 않은 성장 환경과 내면의 갈등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유정은 “형량이 무겁다”며 상고장을 제출해 아직 재판은 마무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