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여인 그린 美 작품 ‘아노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영예

숀 베이커 감독 작품… 찬사 쏟아져
佛 ‘에밀리아 페레스’ 여주인공
이례적 4명 여우주연상 동시 수상

숀 베이커 감독의 미국 영화 ‘아노라(Anora)’가 25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베이커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탠저린’(2015)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베이커 감독은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됐고 이후 ‘레드 로켓’(2021)으로는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트랜스젠더, 위기 가정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다룬 영화를 선보여온 그는 ‘아노라’에서 젊은 여성 스트리퍼가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뒤 시부모로부터 동화 같은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전 세계 영화 매체가 매긴 평점을 바탕으로 산정하는 스크린데일리 별점에서 최고점에 가까운 3.3점을 받았다. 베이커 감독은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면서 “이 상을 모든 성매매업 종사자에게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숀 베이커 감독이 25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아노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트로피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칸=UPI연합뉴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인도의 여성 감독 파얄 카파디아가 연출한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All We Imagine as Light)’가 가져갔다. 뭄바이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두 여성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에밀리아 페레스’로 심사위원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 영화에 출연한 아드리아나 파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설리나 고메즈, 조이 살다나는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한 영화가 두 개의 주요 부문을 수상하고 여우주연상을 네 명이 함께 받은 것은 칸 역사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영화는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하려는 멕시코 카르텔 보스와 그를 돕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감독상은 ‘그랜드 투어’를 연출한 미겔 고메스가, 각본상은 ‘더 서브스턴스’ 시나리오를 쓴 코랄리 파르자가 받았다.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제시 플레먼스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란 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더 시드 오브 더 새크리드 피그(The Seed of the Sacred Fig)’로 특별 각본상을 받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여배우들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징역 8년 형과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을 선고받은 뒤 유럽으로 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