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한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어긴 정황이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군 인권센터는 “훈련병에게 건강 이상 징후가 있었으나 집행간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군기훈련) 규정과 절차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일부 알려졌다”라면서 “민간경찰과 함께 수사를 진행해야 해 현시점에서 군이 단독으로 일부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말씀드리기 제한된다”고 밝혔다. 군과 경찰은 이날부터 사고 경위나 관련자들의 증언 확보 등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3일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됐으나 상태가 악화되어 이틀만인 지난 25일 사망했다. 군기훈련이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뜻하며 ‘얼차려’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군기훈련은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의해서만 시행되어야 하며 이를 벗어나면 가혹 행위로 볼 수도 있다. 규정에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으로 나뉘어 있으며 체력단련에는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일반 보행, 완전 군장으로 보행 등이 있다.
군 인권센터는 이날 “제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 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며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보 내용대로라면 집행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하고 무시하다 발생한 참사”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군이 훈련병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군기훈련을 진행했는지, 군기훈련 중 이상증세를 보였을 때 규정과 절차대로 조치한 것인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육군 관계자는 이런 의혹에 대해 “민간경찰과 함께 조사를 통해 확인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13일 전방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했다. 육군은 사망한 훈련병의 순직을 결정하면서 일병으로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