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사태에서 전공의 대신 투입된 진료보조(PA) 간호사를 법제화하는 간호법 제정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채 상병 특검’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간호법 등 보건의료 법안을 처리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아서다. 간호법은 현재 여야 간에 이견이 거의 없는 사안이다. 정부는 간호법 제정으로 불법과 합법 경계에 놓여 있는 PA간호사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간의 정쟁 탓에 이번 국회에서는 폐기 수순에 놓였다. 간호사들이 유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 안타깝다.
간호사들은 지난 24일 집회를 열고 “법적 보호와 보상체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온갖 업무를 도맡으며 막다른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는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PA간호사 제도화 전 단계로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거부하겠다고 경고했다. 오죽하면 “간호사가 필요할 때만 쓰고 버려지는 티슈 노동자일 수 없다”고 했겠나. 간호법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의·정 갈등이 해소되면 간호법이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