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임기 종료 직전까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을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에 따라 일방 처리하려 하거나 폐기 방치하고 있어 비판받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돌봄 관련 법안들이 양쪽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선 28일 본회의에 부의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행정부가 극하게 대립 중인 내용이 담겼다.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그것이다.
선구제 후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우선 돌려준 뒤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채권 매입에는 주택도시기금을 쓰도록 했다. 이 기금의 여유 자금은 무주택 서민이 청약통장에 넣은 돈이 기반이라는 점에서 본래 활용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금에서 1조원 이상 손실이 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정부는 27일 선구제 후회수는 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 방안 등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본회의 뒤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일정상 여·야·정 협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표됐다. 따라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을 쌓기 위한 수순을 밟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육아·돌봄 관련 법안은 일제히 자동 폐기된다. 관련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고용노동부는 ‘모성보호 3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21일 입법예고했다. 여성가족부도 같은 날 아이돌봄지원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들 법안에는 임신 때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쓸 수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임신 32주 이후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급 기간을 최초 5일에서 10일로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해당 법안의 입법 예고기간은 이달 31일까지다. 양 부처는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제처에 입법예고 기간 단축 사유서도 냈다. 고용부와 여가부는 6월 초 국무회의에 안건을 상정해 6월 중 22대 새 국회에 발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