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소리길’ 철거하라” 게시글만 76건… 모교 쉼터도 논란

김천시 관계자 “철거 여부는 수사 결과 보고 판단”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결국 구속되자 그의 모교 옆 골목에 ‘김호중 소리길’을 조성한 경북 김천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천시는 지난 2021년 김호중이 졸업한 김천예고와 벚꽃 명소인 연화지를 잇는 100m 거리에 2억원을 들여 벽화와 포토존, 스토리보드 등 조형물과 함께 김호중 소리길을 만들었다. 이후 인근 상점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1년 만에 김천의 관광객이 140% 이상 늘었다. 지난해 방문자는 15만명을 기록하는 등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지난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사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김호중이 최근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는 등 시치미를 떼다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되자 김호중 소리길의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7일 김천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21일부터 이날 오후 7시 기준 76건의 철거 촉구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김호중 소리길 철거를 강력히 원합니다’, ‘아이들에게 유해한 김호중길 철거 요청’ 등의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김호중 소리길 철거를 촉구한 작성자 A씨는 “우리 아이들이 배울까 걱정입니다. 당장 철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작성자 B씨는 “이미 드러난 범죄사실만으로도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왜 김천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냐”면서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묵인하는 행동은 범죄자와 공범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김천시 관계자는 “김씨가 구속은 됐지만 김호중길 철거 여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관련 문의 전화도 많이 걸려 오고 철거 요청 게시글도 많이 올라와 응대하고 있지만 난감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여기에 김씨의 출신학교에 ‘트바로티’(트로트와 성악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그의 별명을 사용한 쉼터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가 졸업한 김천예술고등학교는 김씨를 기념해 만든 쉼터인 ‘트바로티 집’을 운영하고 있다. 트바로티 집은 김호중 소리길이 만들어지기 1년 전인 2020년 9월쯤 준공했다.

지난 21일 경북 김천시에 조성된 '김호중 소리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천=뉴시스

최근 김씨가 논란에 휩싸이자 학교에 설치한 쉼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학폭도 모른 척, 겨우 일 년 반 다닌 학생을 내세운 학교가 문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씨의 팬들은 김씨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온 바 있다. 김씨의 음주운전 논란이 불거진 뒤인 지난 20일 김씨의 공연에서 수천장에 달하는 취소표가 나왔지만 일부 팬덤은 값을 부담해 가며 취소 표를 수백개 추가 예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공식 팬카페에는 “별님을 믿는다” “취소된 콘서트 표를 예매했다”는 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차를 운전하다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났다. 김씨는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부탁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고, 본인은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김씨는 지난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구속돼 강남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경찰은 이번 주 안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