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패했지만 기술 진전 이룬 北 위성, 철저 대비태세 갖춰야

북한이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끝난 그제 밤 기습적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으나 공중에서 폭발해 실패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5월 27일∼6월 4일에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통보한 뒤 당일 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한 3국 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갈라치기를 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기술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과 다를 게 없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니 강력히 대응해야 마땅하다.

합참은 “27일 밤 10시 44분쯤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남쪽으로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추정 항적 1개를 포착했다”며 “해당 발사체는 오후 10시 46분쯤 북한 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북한도 1시간 30분 뒤인 28일 새벽 “1단 비행 중 공중폭발해 발사가 실패했다”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케로신) 발동기(엔진)의 동작 믿음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액체산소+석유 발동기는 산화제로 액체산소, 연료로 케로신(등유)을 썼다는 의미로 북한의 발사체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1단계에서 공중폭발했다고는 하나 기술이 향상됐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군사 전문가들도 북·러 간 군사협력을 통해 정찰위성 로켓 기술의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북한이 기존 천리마 로켓이 아닌 ‘안가라 로켓’을 러시아로부터 받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안가라 로켓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시찰하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양측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첨단무기 기술을 러시아가 전수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재발사 의지를 드러낸 만큼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북한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것은 한·미·일 군사 당국의 움직임을 훤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핵과 미사일의 파괴력을 극대화하려는 차원이다. 북한 뜻대로 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등이 ‘뒷배’가 돼주는 지금을 호기회로 볼지 모르지만, 고립의 지름길로 가고 있는 것임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다양한 도발이 예상되는 만큼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일 공조에도 한 치의 오차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