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이 어제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UAE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처음이고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월 UAE를 방문한 데 이은 답방이기도 하다. 1년 6개월 전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300억달러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형제국 같은 협력관계’가 심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이 공을 들여온 ‘제2의 중동 붐’을 실감케 한다.
중동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다. 중동국가들은 석유로 번 돈으로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해 경제·산업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협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반세기 전 건설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중동 붐이 이제 첨단·방위산업 등 경제·안보·외교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원자력, 청정에너지, 경제투자, 국방·방산 등 여러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협정 및 MOU 체결도 이뤄진다. 1년 4개월 전 윤 대통령 방문 때 정상 간 약속했던 30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구체화하고 추가 투자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회동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양국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UAE 비즈니스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청정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물류·제조·교역 협력이 관심을 모았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뭉쳐 우리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UAE 특수를 중동 붐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오늘 논현동 자택에서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난다. UAE 측이 요구한 것인데 현직 정상이 전직 대통령의 자택을 찾는 건 외교 관례상 드문 일이다. 두 사람은 2009년 바라카원전 수주 때 인연을 맺었다. MB는 당시 왕세제로 사업을 주도했던 무함마드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하며 프랑스로 기울었던 판세를 우리 쪽으로 바꿨다. 현재 중동특수는 이처럼 오랫동안 신뢰가 쌓여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 정권의 성과를 뒤엎거나 헐뜯기만 해서는 세일즈 외교의 지평을 넓힐 수 없다. ‘오일 머니’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