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28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4년간 발의 안건 중 1만5000건이 넘는 법률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처리율은 36.6%에 그쳤다. 쟁점사항이 적고 여야 간 협의가 가능했던 다수 ‘민생 법안’마저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후폭풍의 영향으로 폐기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법안, 반도체 산업 발전 등 경제법안, 한국 사회의 시급한 과제인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법안 등은 22대 국회의원들의 발의를 기다리려야 할 처지다.
먼저 정치권 모두가 관심을 쏟겠다고 천명한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법안들이 폐기 수순을 밟았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전력공급 확충을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전력망 확충위원회를 만들어 각 부처가 제각각 하는 인허가를 빠르게 처리하고 송전망이 지나는 지역의 주민을 상대로 한 중재도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골자였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핵심 기간망 건설 기간을 30% 단축하고, 송전선로 건설 규모를 10% 절감할 것으로 기대됐었으나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K칩스법’도 통과하지 못했다. 세액공제는 올해 말이 일몰 기한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 계류 중이었던 ‘AI 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도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 모두 AI 산업 발전을 외쳤지만 정작 AI 기술 도입, AI 윤리원칙에 따른 정책 수립 등 지원책이 담긴 법안 처리는 불발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 기본법은 여야 간 쟁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의도 다 끝난 상태인데 통과가 안 됐다”며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언제 끝난다는 보장도 없고 곧바로 통과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법)도 결국 좌초됐다. 고준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따라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방폐장의 부지 선정과 건설, 운영 등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임시 저장시설 포화로 원전 운영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빛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율은 80.1%로 2030년이면 한계에 도달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육아·돌봄 관련 법안도 21대 국회에서 일제히 폐기 수순을 밟는다. ‘모성보호 3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아이돌봄지원법 일부 개정안은 여야 쟁점 법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아울러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구하라법’의 통과도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