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박정희의 功過 논쟁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늘 공과(功過)가 있는 것인데, 과만 들추어내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박정희 동상 건립’을 둘러싼 지역 야권과 시민단체 반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덕용 사회2부 기자

홍 시장은 4월22일 대구의 관문 중 하나인 동대구역 광장과 남구 대명동 미군기지 반환 부지 내에 건립 중인 대구대표 도서관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명명하고 동상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대구시의회도 지난 2일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시의원 32명 중 국민의힘 소속 31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시는 박정희 동상 2곳 건립을 위해 올해 추경에 14억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동상 건립에 실무를 담당할 건축?조각?미술?안전 등 분야 인사 10명과 대구시의원 1명 등 11명으로 동상건립 추진위원회도 꾸렸다. 동상은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 앞 전신상을 포함해 전국 6곳에 있다. 대구에는 그가 졸업한 경북대 사범대(옛 대구사범학교)에 흉상 부조가 있었지만 2021년 건물이 철거되면서 사라졌다.

홍 시장은 산업화 영웅인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워 그 정신을 후대에 물려주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동상 건립은 박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자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산업화의 출발인 대구에 그분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구는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삼성제일모직, 코오롱 등 섬유산업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킨 곳이다. 그 시절만 해도 대구는 ‘혁신’의 가장 모범적인 지역이었으며 그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지역적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내 ‘3대 도시’로 부흥했다.

이후 1990년대부터 쇠락의 길로 접어든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992년부터 31년째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구도 2017년부터 5년간 10만명이 줄었고, 4만명이 넘는 청년이 일자리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다. 지역산업 몰락과 대체 산업 부재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다.

그런 대구가 꿈틀거리고 있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대구굴기’라는 기치 아래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달빛철도 건설을 필두로 산업구조 대개편, 신산업 분야 앵커기업 투자유치 등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면서다.

박 전 대통령이 ‘유신 독재’로 민주주의에 큰 오점을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동상 건립의 공론화가 미흡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조국 근대화’ 기치 아래 한국을 번영으로 이끈 역사적 공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금도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며 그의 리더십을 따라 배우려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제 무의미한 공과 논쟁은 접고 ‘생각의 간격’을 좁혀 대구가 재도약할 수 있는 협력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