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폐지 검토 나선 대통령실… 세법개정안에 ‘완전 폐지’ 담나 [뉴스+]

2005년 노무현정부서 도입된 종부세
문재인정부 때 강화되며 반발 불러
野 친명 위주 ‘1주택자 종부세 폐지’ 주장
대통령실, 종부세 폐지 논의 적기 판단
검토 거쳐 올해 세법 개정안 반영 가능성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를 포함해 세제 개편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야당에서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종부세 폐지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종부세 폐지가 힘을 받는 데 따른 것이다.

 

31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종부세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게 맞는다”며 “종부세가 중산층에 과도한 세금 부담을 주고 이중과세적인 요소가 있는 데다 과거에 징벌적 세금 형태로 도입됐기 때문에 폐지를 포함하여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 남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도 있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종부세·재산세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올해 세법 개정안에 ‘종부세 폐지’ 반영되나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1주택 가구 종부세 폐지 필요성을 밝히고 나선 지금이 종부세 폐지 논의의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종부세 폐지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 종부세 폐지를 포함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대통령실이 구체적인 논의나 검토를 하는 것은 아니고 기재부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해마다 세제개편안 마련을 위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전반적으로 개편하기 때문에 (종부세 폐지도) 기획재정부에서 당연히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재부 내에서도 아직까지 담당자와 부서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윤석열정부로서는 이에 대한 논의를 반대하거나 미룰 이유가 없다. 다만 정부에서도 종부세 폐지를 위해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종부세는 국가가 걷기만 하고 지방으로 100% 다 준다. 사실상 지방세인 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종부세를 없애면 지방에 세수가 몇조씩 줄어 지방에서는 다른 세금으로 세수를 메워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가 얽혀 매우 복잡한 문제이고, 일부만 폐지한다고 해도 세수가 줄기 때문에 대안까지 검토해야 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내세우는 반면 대통령실은 종부세 완전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기도 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정부는 출범 때부터 종부세는 문제가 있다고 계속 말해왔고 중과제도라든지 여러 부분을 개선해왔다”며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철학이 계속해서 그래 왔던 부분이고 야당에서도 이번에 1주택자 종부세 폐지 제안을 해왔으니 앞으로 검토를 더 해서 야당과 더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계파·지역구 따라 野 내부서도 의견 분분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론을 꺼내 들었지만 종부세 폐지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역구별 특성과 계파에 따라 각 의원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종부세 세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여 1주택자에게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강화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약 33만2000명이었던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2021년 93만1000명, 2022년에는 128만300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1주택 종부세 과세 인원도 2017년 3만6000명에서 2022년 23만5000명으로 약 7배 늘었다.

 

종부세 대상자가 급증하고 세 부담이 중산층에게까지 전가되며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감이 커지자 2022년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은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중산층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은 그간 ‘종부세 폐지는 부자 감세’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박 원내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밝히며 종부세 폐지 논란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종부세 강화가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대표적 정책으로 꼽히는 탓에 민주당 내에서도 계파색에 따라 종부세 폐지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 민주당 내 전통 지지층으로 여겨지는 친문(친문재인)계를 위주로 종부세 폐지에 대한 반발이 있지만 친명계의 경우 종부세 강화에 따른 부작용과 책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폐지를 논하는 부담이 덜하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도 대선 후보 시절 오랜 기간 1주택을 보유한 저소득층과 노년층 가구에 납부를 연기하는 일종의 종부세 완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친명계 핵심인 박 원내대표의 1주택자 종부세 폐지 주장이 ‘이재명식 실용정치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역구 특성에 따라서도 야당 내 입장이 엇갈린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내 한강 벨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경우 지역 민심을 의식해 종부세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의원이 언론 인터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종부세 제도 재설계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