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연이어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는 버스 이용료로 동전이나 지폐를 받지 않는 것이다. 현금승차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거스름돈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행지연·실랑이 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과 외국인 등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과 카드·계좌이체 이용이 어려운 외국인 등을 위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강원 춘천시는 7월1일부터 현금 없는 시내버스를 시범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레고랜드를 기점으로 춘천역과 남춘천역을 거쳐 삼악산케이블카를 잇는 2개 노선이 대상이다. 승객들은 버스 탑승 시 교통카드로 요금을 내야 한다. 계좌이체나 정보무늬(QR코드)를 이용한 납부도 가능하지만 현금은 낼 수 없다. 시는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면 대상 노선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사들은 환영 입장이다. 춘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김모씨는 “거스름돈을 제대로 줬는데도 더 받아야 한다고 실랑이하는 승객을 만나면 운행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며 “현금을 받지 않으면 운행 전후 현금함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등 일이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의 버스 이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춘천시민 이모(72)씨는 “지금도 버스 한 번 놓치면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데 카드 가지러 집에 갔다 오면 하루가 다 지날 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통복지 확대 측면에서 대중교통 결제 관련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는 “탑승 후 버스에서 교통카드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금 소지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