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한 육군 훈련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중대장을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이 대검찰청에 접수됐다. 훈련병이 사망할 것을 미필적으로 나마 알면서도 고문에 준하는 가혹행위를 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중대장에게 살인죄가 적용되면 형량이 크게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31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A씨를 형법상 살인과 직무유기, 군형법상 가혹행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2일 밝혔다.
최 전 회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언론을 통해 보니까 경찰이 A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수사하려는 것 같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에서 업무는 정당한 업무를 말한다. 가혹행위는 정당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로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말 그대로 고문에 준하는 가혹행위로 사람이 사망했기 때문에 최소한 상해치사가 되거나 살인죄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회장은 “A씨는 대학에서 해부학, 생리학, 운동생리학 등을 배운 것으로 확인된다. 학군단 장교출신이고 군 생활도 꽤 했기 때문에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을 했으면 얼마나 힘들지 알았을 것”이라며 “사망한 훈련병이 굉장히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다른 훈련병이 알려주기까지 했다. A씨는 훈련병의 사망을 미필적으로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하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A씨는 피의자 입건도 되지 않은 상태다. 이렇게 가다가는 흐지부지되어서 결국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상황이며 말이 되지 않는 상태다.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형법 268조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치사 형량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반면 형법 250조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최 전 회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A씨에 대한 형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커뮤니티에는 ‘훈련병 사망, 여중대장의 가혹행위에 의한 살인’이라는 제목의 익명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찾아보니 여중대장 맞고 평소에 다른 기수 훈련병도 두 시간씩 군장 돌리고 했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앞선 이달 23일 오후 5시 20분 강원 인제군 12사단에서 군사훈련을 받던 훈련병 1명이 쓰러졌다. 이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돼 이틀 뒤인 25일 사망했다.
사망한 훈련병은 중대장 A씨 지시에 따라 완전군장을 하고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사망한 훈련병이 어떤 이유로 군기훈련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육군수사단은 해당 부대 중대장과 간부 등 2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 등으로 지난 28일 강원경찰청에 이첩했다. 경찰은 군인범죄전담수사팀과 의료사고전담수사요원 등 10명으로 수사 전담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