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법투성이 ‘김건희 종합특검법’, 사법체계 허무는 발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엊그제 이른바 ‘김건희 종합 특별검사법’을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규명한다는 취지인데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니 당혹스럽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 조직에서 서울고검장까지 지냈던 이가 만든 법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위법투성이다. 우리 사법체계를 허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입법 추진을 중단해야 옳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조국혁신당 두 야당이 추천한 인물 중에서만 특검을 임명하도록 했다.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성조차 무시한 것이다. 특검이 청구한 압수수색, 체포 등 각종 영장만 심사할 전담 법관 지정을 법원에 요청하도록 한 것이나 기소 후 사건을 심리할 전담 재판부를 두자는 것은 명백한 사법권 침해다. 그동안 “검찰을 신뢰할 수 없어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이제 판사와 법원도 못 믿겠다며 ‘특별판사’, ‘특별법원’이라도 도입하자는 건가. 특검 수사에 협조한 이에게 형의 감경, 면제 등 혜택을 주는 ‘플리바게닝’(유죄 협상) 조항을 집어넣은 것 역시 현행 사법체계와 어긋난다.



이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돼 이듬해 6월까지 재직하며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명령으로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이번에 이 의원이 발의한 특검법안에 포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은 그 시절 이미 수사를 했으나 기소하지 못한 사안들이다. 인제 와서 특검을 추진한다면 과거 자신이 주도했던 수사가 부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나 다름없다. 자가당착에 가까운 이 의원 행태를 두고 ‘사감(私感)에서 비롯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행여 이 법안이 거대 야당의 지원을 업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의 공표 절차를 거쳐 그대로 시행되리라고는 이 의원 본인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진짜 노리는 것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인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정부가 극력 반대하는 정략적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고 이에 대응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반복하는 악순환은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야권이 끝없이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고 이를 대통령 탄핵의 명분으로 축적하려 든다면 유권자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다음 선거에선 민심의 역풍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