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미국 대선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이 ‘정치적 재판’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죄 평결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평결은 당장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유죄 평결이 공개된 지난달 30일부터 31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전국 등록 유권자 21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1%, 트럼프 전 대통령은 39%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3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10% 지지를 얻었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5월 7∼14일 실시한 직전 조사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이 각각 40%로 동률을 이뤘고, 케네디 주니어는 13%의 지지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바이든 대통령 지지가 일부 상승했다. 유죄 평결 직후 조사에서 공화당원 응답자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답한 사람 비율도 약 10%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 조작 주장을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중동 전쟁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어제 뉴욕에서 있었던 일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미국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트럼프는 스스로를 변호할 모든 기회를 가졌으며, 이것은 연방 재판도 아닌 주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12명의 배심원단은 다른 재판과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돼 만장일치 평결에 도달했고, 34개 항목에 유죄 판단을 내렸다”며 “이제 그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항소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전략이 1·6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부적절한 대응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과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번 유죄 평결로 최고의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WSJ는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부동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으며, 정치에 무관심하고 물가를 걱정하는 이들은 트럼프의 재선에 더 장밋빛 전망을 갖고 있는 만큼 (유죄 평결이)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