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 이후 50일이 지났지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여전히 안갯속에 빠져 있다. 아직까지 투표일과 경선 규칙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체제 전환’이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통화에서 “지도체제와 전당대회 규칙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당헌·당규 개정특위를 만들어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특위는 이번주 출범을 목표로 △단일 △집단 △절충형(단일+집단) 등 지도체제 개편 방안을 다각도로 열어두고 다룰 예정이다. 이중 절충형 체제는 현행 단일체제처럼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치르면서, 대표 선거 2·3위가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하는 방안을 말한다.
총선 직후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집단체제 도입 주장은 최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절충형 체제를 언급하면서 재점화됐다. 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을 지도부에 합류시키면서도 별도의 최고위원 선거를 남겨둬 ‘봉숭아학당’식 지도부는 막겠다는 취지다. 당은 3일 의원총회에서 지도체제 관련 원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유력 당권 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가 가시화되는 상황에 집단체제 논의가 다시 부상하면서 ‘한동훈 견제설’이 제기된다. 단일체제보다 집단체제에서 대표 권한이 약해지는 만큼,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되는 상황을 고려해 권한 분산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초 집단체제를 주장했던 한 수도권 낙선자는 통화에서 “처음엔 다양한 목소리를 분출하자는 취지로 집단체제가 논의됐는데, 지금은 친윤 후보를 하나도 확보할 수 없으니 이걸 견제해야 한다는 느낌”이라면서 “당의 주요 의사결정이 특정인을 견제하거나, 누군가를 위해 하는 것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체제 전환이 새 변수로 등장하면서 전당대회가 또다시 늦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은 이번주 특위와 함께 선거관리위원회를 공식 출범해 전당대회 날짜와 규칙을 서둘러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론 수렴을 내세워 전당대회 준비가 지지부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조기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으고 관리형 비대위를 출범한 지 벌써 한 달이 됐다”면서 “자꾸 특위나 기구를 만들 게 아니라 비대위에서 의견 수렴을 하고, 빨리 룰을 정하는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31일 진행된 22대 의원 워크숍에서도 전당대회를 빠르게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초 ‘7월 말 8월 중순’을 시사했던 비대위는 2024 파리 올림픽(7월26일∼8월11일) 이전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쟁점인 현행 ‘당원투표 100%’의 전당대회 선출 방식은 일반 여론조사 비율이 20∼30% 정도 쪽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