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서해 공해상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포착돼 우리 군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중국 군용기 10여대가 제주도 남방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사전 통보 없이 침범해 논란을 빚은 직후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F-15K 전투기 2대가 추적에 나섰다. 확인 결과 놀이기구 등에 사용되는 ‘도라에몽’(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풍선으로 드러났고 사건은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이런 풍선은 곧잘 폭탄을 싣고서 떠다녔다. 1849년 7월 오스트리아군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공격할 때 처음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풍선 폭탄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다시 사용했다. 일본군은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944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풍선에 매단 폭탄 9300개를 미국 캘리포니아로 띄워 보냈다. 이 중 실제로 목표지점에 도달한 것은 300개 정도였고 인명피해도 고작 6명에 그쳤다.
풍선이 국가 간 마찰을 일으킨 최근 사례는 지난해 2월 미국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용 무인풍선이 발견돼 미 공군에 의해 격추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미 국방부는 미 본토 상공을 떠다니는 고고도 정찰기구를 추적하고 있다며 중국 것임을 확신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측은 해당 풍선이 민간 기상관측용이며, 불가항력적으로 표류해 미국까지 날아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중국의 정찰풍선은 전 세계를 무대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이 오물을 가득 담은 풍선을 남한으로 날려 보내 충격을 던졌다. 과거 남북이 선전전에 자주 풍선을 사용하긴 했어도 오물풍선은 상상할 수 없는 저열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일주일 새 오물풍선 약 1000개를 날려 보낸 북한은 그제 밤 국방성 부상 담화를 통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고 했다. 최근 남한 인권단체가 대북전단 30만장을 풍선에 담아 날려 보낸 데 대한 보복으로 추정됐다. 이에 맞서 국가안보실은 어제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오늘 국무회의에 상정한다고 했다. 오물풍선 갈등이 남북 무력 충돌의 ‘트리거’(trigger)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