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 해소 나선다

정부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안’ 발표
상장 中企, 중견돼도 7년간 세제혜택

기업별 전담 디렉터 둬 성장 도와
수출 강화 위해 무역금융도 확대
중견 초기 3년간 통합 R&D 稅혜택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해도 7년간 중소기업으로 간주돼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소기업 수를 현재의 2배로 확대하기 위해 유망 중소기업·예비 중견기업 100곳을 선정해 3년간 밀착 관리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뒤 각종 혜택이 줄어들어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방안에 따르면 기업규모가 커져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해도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이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또 직접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등을 위해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유예 기간이 2년 더 늘어 총 7년간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아울러 중소기업을 최종 졸업하더라도 추가 3년 동안 ‘초기 중견기업’으로 간주해 통합투자·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일반 R&D 세액공제 혜택은 최대 5년까지 지원된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중소기업 졸업유예 기간을 지나 중견·일반기업으로 전환되는 순간 세액공제율이 급격히 낮아져 투자·기업성장의 애로사항이 많았다. 예를 들어 신성장·원천기술 기준 R&D 세액공제율은 중소기업 졸업유예 기간 30%에 달하지만 중견·일반기업으로 성장하면 20%로 10%포인트 급감한다.

 

정부는 이에 세액공제 혜택이 서서히 줄어드는 ‘점감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초기 중견기업에 30%와 20% 중간인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식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중견기업 도약 기업 수를 2배 이상 확대하기 위해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가칭)도 신설된다. 이 프로그램은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3년간 밀착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업임원 등 다양한 민간전문가로 네트워크 풀을 구성하고 기업별 특성에 맞는 전담 디렉터를 각 기업에 매칭해 M&A(인수합병)·해외진출 등 맞춤형 성장 전략을 제공해주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투자 등 증가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한해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수출 강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도 발표됐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 규모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역금융이 대폭 확대된다. 구체적으로 올해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수출금융이 5조원 확대돼 총 365조원 공급된다. 또 5대 시중은행의 수출 우대상품이 2조원 늘어 총 7조4000억원이 공급된다.

 

업종별 맞춤형 지원방안도 발표됐다. 석유화학·석유제품 관련 핵심원료에 대한 수출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나프타·액화석유가스(LPG) 제조용 원유 및 나프타·LPG에 무관세(관세율 3%→0%)가 적용된다. 조선·해운 부문에서는 트럭을 통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연료충전을 현행 2대에서 최대 4대 동시충전까지 허용한다.

 

한편 한국에만 있는 기업 규모별 차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에서 나왔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된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을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작은 쌀가게, 자동차 정비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3위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기업가정신과 성장 기반을 훼손하지 않도록 상속·증여세 등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