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훈련병 동료들, 뜻밖의 증언 나왔다…“쓰러지기 전 건강 이상 징후 보고한 적 없어”

“보고 무시하고 얼차려 강행? 사실무근”
얼차려 직후 사망한 훈련병 영결식 장면. 연합뉴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기훈련(얼차려) 당시 훈련병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보고를 무시하고 얼차려가 강행됐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군기훈련이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말한다.

 

지휘관 지적사항 등이 있을 때 시행되며 얼차려라고도 불린다. 경찰은 동료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군 당국과 협조해 심리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이 숨진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동료 훈련병 5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결과 건강 이상을 보고한 훈련병은 없었다.

 

동료 훈련병들은 지난달 29일 이뤄진 참고인 조사에서 '군기훈련으로 인해 모두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훈련병이 쓰러지기 전까지 건강 이상징후를 군기훈련 집행간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이 이뤄진 건 사실이나 동료 훈련병들 역시 서로의 상태를 살필 여유가 없었고, 1명이 쓰러지고 난 뒤에야 집행 간부들이 달려오는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권센터는 제보내용을 토대로 얼차려를 받던 중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보고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경찰 조사 결과와는 다른 주장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게거품을 물었다거나 검은색 소변이 나왔다는 주장 등도 여러 부분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사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속해서 참고인 조사를 벌이며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과 훈련병의 사망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의료진의 경우 진료 일정 등으로 인해 아직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병원 이송과 관련된 여러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의료진과 유족의 진술까지 종합해야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의문점을 다 조사하는 등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숨진 훈련병의 군기훈련 전 건강 상태와 사고 당시 훈련 상황, 병원 이송과 전원 관련 부분과 관해서도 아직 조사 중이기 때문에 수사대상자들의 입건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규정을 지키지 않고 군기훈련을 지시한 혐의 여부와 병원 이송 진료 과정 등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과수 부검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최종 수사결과는 지난달 27일 국과수에 부검이 의뢰된 만큼, 평사시 국과수 부검결과가 한 달 정도 소요된다고 볼 때 빨라도 오는 6월말이나 7월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한편 당정은 군기훈련 사망과 관련 군은 경찰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군기훈련 표준 가이드라인을 즉시 배포하고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신병영문화혁신 가이드북'을 제작해 이달 중 전군에 배포하기로 했다고 했다. 가이드북은 간부 계급부터 숙지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