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가계대출, 700조 돌파… 부동산 시장 ‘빨간불’

서울 성북구 동선동 일대 아파트와 다세대,빌라들이 밀집한 주택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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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장모(38)씨는 성북구 길음동으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첫 아이를 낳은 장씨 부부는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을 이용할 예정이다. 이 대출상품은 9억 원 이하 주택 매수 시 1~2%대 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준다.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들이 즐비한 길음뉴타운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면서 정주 여건이 양호해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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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 원미구에 거주하는 기모(45)씨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아파트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 직장인 부동산 투자자인 기씨는 광명시가 현재 저평가되어있다고 판단해 주말마다 광명으로 임장을 다니고 있다. 그는 현재 자가로 있는 원미구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수 자금을 충당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재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하려는 국민이 증가하고 있다. 

 

4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한국을 대표하는 5대 시중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703조230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월 대비 5조2278억원이 늘어난 수치이며, 202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46조306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3157억원이 증가하였으며, 이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는 부동산 시장의 수요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으며, 이로 인해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 역시 이러한 상황을 언급하며,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이 가계대출 잔액 증가의 주된 원인임을 확인해 주었다.

 

신용대출도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9924억원으로, 전월 대비 1874억원이 증가했다. 비록 전월 대비 증가 폭은 다소 줄었지만, 신용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와 반대로 집단대출 잔액은 161조8797억원으로 전월 대비 1248억원 감소했으며, 이는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전세대출 잔액 역시 117조9827억원으로 전월 대비 소폭인 638억원 증가에 그쳤으며, 전세대출 잔액의 증가는 2022년 9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걸린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가계대출의 동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동안 조정을 받아왔던 가계대출의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이러한 증가세가 지속할 경우, 특히 증가속도가 빠르게 가속화된다면, 연체율이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가계대출의 증가는 단순한 수치의 증가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