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개월간 부정 사용 0건?… 단속 사각지대 놓인 기후동행카드

제3자 대여 등 돌려쓰기 금지 불구
현장 적발 힘들고 막을 방법 없어
시의회 “부정사용 방지 대책 시급”

서울시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의 부정 사용 적발 건수가 최근 4개월간 단 1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돌려쓰기’ 등 카드 부정 사용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현장 단속도 불가능해 관련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소영철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27일 기후동행카드 도입 이후 지난달 말까지 부정 사용으로 적발된 사례는 없었다. 기후동행카드를 제3자에게 대여하거나 2인 이상 승·하차를 반복하는 형태로 돌려쓰면 부정승차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적발 시 승차구간 운임과 함께 30배의 부가운임을 내야 한다.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서울지하철에서 부정승차로 적발된 건수는 4만9692건이었고 징수된 벌금은 22억5000만원이었다.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역무원이 대면 적발하거나 빅데이터 분석, 폐쇄회로(CC)TV 모니터링 등을 통해 단속이 이뤄지는데 기후동행카드의 경우 사실상 부정 사용을 잡아낼 방법이 없다.

 

공사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 부정 사용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당한 카드 사용자인지 확인하기가 곤란해 단속이 쉽지 않다”며 “시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당초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모바일카드 발급을 원칙으로 하고, 실물카드는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없는 아이폰 사용자와 디지털 취약계층 등을 위해서만 보충 판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시민 호응이 커지면서 실물카드 발급이 폭증했다. 지난달 2일 기준 기후동행카드 누적 판매량은 124만9000장이었는데, 이 중 실물카드는 57만8641장으로 전체의 46%가 넘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분석해보니 부정 사용을 의심할 만큼 카드를 과다하게 쓰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아직 시범사업 기간이라 부정 사용을 막을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소 의원은 “시는 기후동행카드 부정 사용 방지·단속 대책을 하루빨리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예·결산 심사 등이 예정된 이번 회기 중에 개선 의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