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라고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뿐만 아니라 요격체계 개발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경계해 오던 미국은 지난달 일본과 극초음속 미사일의 활공단계요격체계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최근 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극초음속 활공단계서 요격이 관건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방공망으로는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통상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비행 속도와 상하좌우 변칙기동을 하기 때문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발사체에 실려 고도 100㎞까지 상승한 뒤 하강하다 대기권 재진입 부근에서 발사체와 분리되어 대기권을 활공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와 항공기나 함정에서 발사된 뒤 스크램제트 엔진의 추진으로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로 나뉜다. HGV는 미사일에서 분리된 후 물수제비와 같은 스키핑 비행을 하고, HCM 역시 저고도에서 지속적인 고속 비행과 좌우 회피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요격체보다 중요한 탐지체계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요격체만큼이나 탐지체계가 중요하다. 미·일이 개발하려고 하는 GPI는 중고도와 저고도 위성 등으로 구성된 극초음속 및 탄도 추적 우주센서(HBTSS) 위성군을 통해 탐지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요격을 하게 된다. HBTSS 사업은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 방어국(MDA)이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3단계로 나눠 각각 20개 중형 위성, 150개 위성, 1000개 위성이 투입돼 감시망을 형성한다.
기존 이지스함 레이더로는 높은 고도로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을 포착할 수는 있지만 저고도로 변칙적으로 날아오는 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에 떠 있는 센서를 통해 미사일의 상승 단계서부터 대기권 진입 후까지 여러 위성을 통해 빠르게 추적·탐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주도로 우주 기반 전장 감시와 적시 경고 및 요격(TWISTER)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위성 50개로 감시망을 꾸미고 미국의 HBTSS와 연계할 예정이다.
◆한국도 극초음속 요격체계 시급한가
우리 군은 현재까지 극초음속 미사일을 활공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Ⅱ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하면서 기존 L-SAM보다 요격고도를 높인 고고도요격유도탄과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활공단계 요격유도탄을 세계 최초로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1년 후인 지난달 29일 방사청은 고고도요격유도탄 체계개발기본계획만 의결했을 뿐 활공단계요격유도탄은 심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방사청 관계자는 “사업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추가 보완사항이 있어서 (사업타당성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검토 및 보완 작업을 마치는 대로 방추위에 상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군 소식통은 “극초음속 활공체 요격유도탄은 기술 개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업타당성 조사에서도 중기계획보다는 장기계획 쪽으로 이야기가 나왔다고 안다”며 짧은 시간 내 개발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이 올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활공체까지 시험발사해 우리 군도 요격체계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군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수준이 낮아 당장은 현재의 무기체계로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현재의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를 800㎞라고 가정했을 때 종말단계에서 속도가 많이 나오지 않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패트리엇 등 요격자산으로 요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전에서도 최신형 PAC-3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요격한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자체가 한반도 내에서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무기체계라는 의견도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극초음속 활공체의 비행궤적을 보면 600㎞ 전후를 날아가 첫 번째 활공 재도약(팝업)을 하고 선회비행해서 목표를 타격하는데, 평양 등에서 쏜다고 가정하면 재도약했을 때 이미 남해인데 선회비행까지 하고 나면 제주도도 지나갈 텐데 남한을 향해 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아마 괌 미군기지를 겨냥해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4월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탄도미사일(IRBM) 화성-16나형을 시험발사했다고 하면서 사거리 1000㎞ 계선의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발표했고 우리 군은 600여㎞를 날아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발표와 합참 분석 사이 오차는 있지만 한반도 범위를 벗어난 유효사거리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극초음속 활공체의 대응은 L-SAMⅡ를 개발하고 기존에 있는 요격체계의 성능을 향상해 가면 될 것이지 극초음속 미사일만 대응하는 무기체계 등 새로운 판을 짤 필요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되면 단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게 될 수도 있고 중국의 국경 지역에서 발사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현재 개발된 방어체계들은 종말단계에서 변칙기동과 유도능력이 제한되는 탄도미사일 및 항공기 요격을 목적으로 개발된 체계로서 종말단계까지 고기동이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기에 불안요소가 있다.
정부와 군이 독자적인 요격체를 개발하려고 하고 실시간 탐지, 추격을 위한 조기경보시스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군 정찰위성을 띄우기 시작했지만 독자적으로는 미사일을 상승 단계서부터 탐지하고 실시간 추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교수는 “독자적인 요격체를 개발하겠다고 천문학적 혈세를 쓰고 있지만 평상시에 징후를 포착하고 발사할 때 탐지 추격하는 위성이 없다면 요격이 불가능하다”며 “미사일 방어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위성방어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SM-3가 자신들 영토 방어에 효과적이지 않지만 미국이 수집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공동개발한 것인데, 우리는 기본적인 기여를 하지 않고 독자무기만 고집하면서 미국의 정보를 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