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하계올림픽 도전사는 해방 직후 열린 1948 런던에서 시작됐다.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낸 한국은 1972 뮌헨까지 금메달 없이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를 따냈다. 간절히 바랐던 첫 금메달은 1976 몬트리올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따냈고, 냉전 갈등으로 불참했던 1980 모스크바를 지나 1984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로 종합 순위 10위에 오르며 본격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났다.
개최국으로 참가한 1988 서울에서 종합 순위 4위(금12, 은10, 동11)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한국은 종합 순위 12위(금8, 은10, 동10)를 차지한 2000 시드니를 제외하면 2016 리우데자네이루까지는 꾸준히 10위권에 들었다.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에선 역대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수확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은 한국의 스포츠 강국 입지가 흔들린 대회였다. 금6, 은4, 동10으로 종합 순위가 16위까지 내려앉았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더불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사이의 어정쩡한 제도로 인해 한국 스포츠의 경쟁력 저하가 낳은 산물이다.
목표로 내세운 금메달 5개는 세계 최강인 양궁과 2012 런던 이후 신흥 효자종목으로 부상한 펜싱에 의존하고 있다. 2020 도쿄에서 따낸 6개의 금메달 중 두 종목에서만 5개를 합작한 바 있다. 도쿄에서 4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양궁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변수가 심해 도쿄에서의 호성적을 장담할 순 없다. 펜싱 역시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개최돼 유럽 위주의 편파 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단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45점을 따내야 하는데, 유럽 팀을 이기려면 60점을 따낸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2020 도쿄를 넘어서기 위해선 다른 종목에서 ‘깜짝 금메달’이 나와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림픽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전통의 효자종목이었던 유도나 사격을 비롯해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한 수영, 배드민턴 등에서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본판인 파리에서도 ‘금빛 승전보’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964 도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에 금메달 11개나 안겼던 유도는 지난 두 대회 노골드의 충격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금빛 업어치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끝난 유도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00㎏ 초과급의 김민종과 여자 57㎏급의 허미미가 우승을 차지했다.
사격 대표팀에서도 금메달 기대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바쿠 사격월드컵 여자 25m 권총에서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김예지는 지난 4일 뮌헨 월드컵에선 동메달을 따내며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고교생 사수’ 반효진도 뮌헨 월드컵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여자 10m 공기소총에는 바쿠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주부 사수’ 금지현도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여럿 등장해 ‘황금세대’를 맞이한 한국 수영도 2008 베이징 박태환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노린다. ‘에이스’ 황선우는 최근 스페인과 모나코에서 열린 2024 마레 노스트럼 2~3차 대회에서 자유형 100m, 200m에 출전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냈다. 파리 올림픽을 대비한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자유형 400m를 주종목으로 하는 김우민도 같은 대회에서 연거푸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배영 간판 이주호도 같은 대회 배영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무릎 부상으로 올해 다소 주춤한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도 지난 2일 싱가포르 오픈에서 2위 천위페이(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몸 상태가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음을 알린 안세영이 지난해 절정에 달했던 기량을 회복만 한다면 ‘금빛 스매시’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 근대5종의 전웅태,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 역도의 박혜정도 ‘깜짝 금메달’ 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