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상대로 100여일 전에 발령한 사직서 수리금지 등의 명령을 철회하면서 의사들이 예고한 총파업(전체 휴진)을 접을지 관심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체 휴진’ 찬반투표를 연기하면서 상황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비슷한 투표를 진행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9일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겠다는 입장이라서 전체 휴진 가능성은 여전하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5시 전체 교수들이 모이는 총회를 열어 마무리짓기로 한 총파업 투표를 6일 오전까지 연장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혀 좀 더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정부 조치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기보다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전날까지 투표에 참여한 서울의대 교수 765명 중 ‘휴진 등 강경투쟁을 해야 한다’는 답변은 64.4%였고, ‘집회·대자보 등 진료와 무관한 항의표시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23.7%였다. 투쟁 방식으로는 ‘정부 정책 철회시까지 중환자실·응급실 등 제외한 셧다운(전체 휴진)’이 45.1%였고, ‘주 1회 전체 휴진’이 41.9%였다고 한다. 전체 교수 1700여명 중 1000명가량이 투표하지 않아 연장했다는 분석도 있다.
의협은 정부의 명령 철회와 무관하게 총파업 여부 등에 대한 투표를 거쳐 9일 오후 2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을 시작할 방침이다. 의협은 “9일 교수, 봉직의,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 의대생도 함께해 전 직역이 의협을 중심으로 뭉쳐 대정부 투쟁을 선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사 회원 12만9200명을 대상으로 전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의협 투표율은 하루 만에 40%에 육박했다. 연세대 의대교수 비대위 등도 이날부터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고,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7일 총회에서 대응책을 모색한다.
한편 의대 증원 취소 소송 등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전공의들의 복귀 또는 일반의로서 취업 및 개원 등은 완전히 전공의 자유에 달렸다”며 “정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복귀하는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11조, 행정기본법 9조 평등원칙에 위반돼 위헌, 위법,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10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 1만명, 의대생 1만8000명, 의대 교수 1만2000명,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14만명 등이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불법행위(의료농단)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소송금액은 전공의 1인당 1000만원(3~4개월 급여)에 1만명을 곱한 최소 1000억원”이라고 했다. 피고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보건복지부·교육부 장·차관 등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