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디스토피아/ 알렉 맥길리스/ 김승진 옮김/ 사월의책/ 2만7000원
“점심 샐러드가 24달러나 하고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가 평균 3600달러나 하는 곳에서 노숙인이 길바닥에 변을 보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저소득 노동자들은 5∼6평짜리 초소형 아파트 아니면 공동화장실을 쓰는 기숙사 같은 곳에 살아야 하거나….”
부의 불균형이 심각한 미국 대도시의 풍경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30여년간 지역 간, 지역 내 불평등이 계속 확대됐다. 1980년 미국의 거의 모든 지역은 전국 평균소득의 위아래 20% 범위에 있었다. 뉴욕과 워싱턴, 남부와 남서부 시골 정도만 예외였다. 2013년에는 평균소득 언저리를 벗어난 지역이 대폭 늘어난다. 사는 곳에 따라 버는 돈의 액수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특정한 지역에 부가 몰리는 건 물론 특정한 기업에도 시장이 집중됐다. 현재 시장은 소수의 거대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20세기 볼티모어의 철강·자동차 노동자들도 고달프고 위험하게 일했다. 하지만 과거 노동자들은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 멍하니 몸만 쓰는 게 아니라 분초를 다투는 의사결정을 하며 육체노동을 해냈기 때문이다. 노조를 조직해 싸운 결과 안전한 환경과 높은 임금을 쟁취했고, 중산층의 생활 수준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존엄도 있었다. 저자는 이 제조업 노동자들의 처지가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아마존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해고도 좌우한다. 시스템이 작업 속도, 휴게시간 등을 자동 추적해 노동자의 작업량이 여러 차례 뒤처지면 계약 종료를 알리는 경고를 발송한다. 브로닝 하이웨이 물류센터에서는 2017∼2018년 약 300명이 비효율을 이유로 해고됐다.
아마존의 성장은 수많은 지역 업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아마존은 소상공인, 지역업체들에 입점을 제안하면서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6∼15%에 달하는 판매 수수료는 강조하지 않는다.
‘독립 사무용품 및 사무가구 딜러 협회’의 마이크 터커는 아마존이 창출한 일자리보다 독립 상점에서 없앤 일자리가 두 배 더 많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2014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20억달러, 미주리주에서는 10억달러 이상의 상품을 팔았지만 두 주에서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지역 업체를 몰아내 지방·주 정부의 세수 기반을 없애지만 물류센터 입지 협상에서는 막대한 조세 혜택을 받는다. 지방 정부가 조세 혜택을 결정하는 과정은 요식행위다. 한국처럼 미국도 이런 사안은 각종 위원회 승인을 거치지만, 위원회 회의 자체가 서로 아는 이들의 친목모임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시골 지역에는 갈등이 일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데이터센터 송전선이 주거지를 지나자 주민들이 일제히 반대운동을 벌였다. 주민들은 송전선은 물리쳤으나 아마존이 데이터센터 전기료를 특별할인 받으면서 결국 아마존의 전기료 부담을 나눠서 지는 신세가 됐다.
책은 이 외에도 아마존이 로비를 위해 이해 상충 우려가 있는 전직 관료를 채용하고 중앙·지역 정부의 의사결정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민주주의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