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주말 라이벌전 시작을 8시간 이상 앞둔 한산한 경기장에서 허동혁 서울광진지역자활센터 팀장은 바삐 걸음을 옮겼다. 1t 탑차를 3루석 입구에 주차한 그는 화물칸에 싣고 온 상자 20여개를 내려 경기장 내 매점 앞까지 운반했다. 상자에는 사각·원형 용기와 도시락, 컵과 뚜껑 등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다회용기가 들어 있었다. 당일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에게 떡볶이와 만두, 닭강정, 맥주 등을 담아 판매할 용기들이다.
이날 납품된 다회용기는 컵 뚜껑을 포함해 약 1만개. 허 팀장은 “매점 상인들의 발주량에 따라 매번 물량이 다르지만 주말에는 1만개, 더블헤더 편성 때는 1만5000개 정도”라고 말했다. 하역 작업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는 쓰레기 수거장으로 향했다. 전날 경기 후 수거된 다회용기를 싣기 위해서다.
올해 4월부터 잠실야구장 내부 38개 식음료 매점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서울시를 상징하는 ‘스카이코랄’색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한 시의 방침에 따라서다. 사용된 용기는 서울지역 자활센터 3곳에서 수거해 세척한 후 다시 매점으로 납품한다. 자활센터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의 일자리와 자립을 돕는 기관이다.
이날 수거한 다회용기를 실은 허 팀장의 차량이 경기 구리에 있는 광진자활센터 세척사업장에 도착하자 10여명의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비닐봉지를 해체해 뜨거운 세제물이 담긴 개수대에 다회용기를 쏟아부었다. 165㎡(약 50평) 규모의 작업장은 곧 찜통 같은 열기로 가득 찼다. 용기를 뜨거운 물속에 불려둔 채 애벌 세척을 하던 직원들이 용기 뚜껑을 열자 양념이 빨갛게 묻은 음식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1차로 손설거지를 마친 다회용기는 초음파 세척기를 거쳐 고온의 자동 식기세척기를 통과한다. 이후 전기 소독기에 들어가 건조를 마치면 마지막으로 오염이 남았거나 흠집이 있는 다회용기를 잡아내는 검수 과정을 거친다. 검수를 마친 용기를 상자에 담아 잠실로 운반하면 다음 날 경기 때 식음료를 담아 판매가 이뤄진다. 모든 용기에는 칩이 내장돼 사용 횟수와 세척사업장 정보 등을 추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