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중앙아시아 철도연결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전했다. 이에 최근 다소 주춤했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3국 정부는 전날 베이징에서 8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에 달하는 3국 간 철도 연결 프로젝트 협정 체결식을 진행했다. 이 철도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슈가르에서 출발, 키르기스스탄 남서부를 거쳐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까지 이어진다. 이는 중국∼유럽 간 화물 노선을 559마일(약 900㎞)까지 단축해 대부분이 러시아를 통과하는 현재의 중국-유럽 육로 노선보다 더 빠르고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1990년대에 처음 제안된 이 프로젝트는 1997년 3국이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지만 그동안 기술적·정치적·지정학적 문제 등로 인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러시아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이번에 본격적인 추진 기회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 이 프로젝트에 난색을 보였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경제 제재로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지자 이 프로젝트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SCMP는 전했다.
3국 정상들은 축전을 통해 계약 체결을 축하하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에서 “이번 정부 간 협정 체결이 3국 간 철도연결을 구상 단계에서 현실로 전환시켰다”며 3국 일대일로 건설 협력의 획기적인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이 노선이 아시아에서 유럽과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새로운 운송로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도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로 가는 최단 경로일 뿐만 아니라 남아시아와 중동으로 가는 최단 경로가 될 것”이라며 관련국의 장기적인 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중국몽’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인 일대일로는 2013년 발표된 이후 최근까지 국제무대에서의 중국을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역설적으로 일부 참여국의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참여한 이탈리아가 지난해 탈퇴를 통보하는 등 프로젝트 추진이 다소 주춤했던 상황에서 이번 중앙아시아 철도연결 계약 체결은 중국 입장에서 프로젝트 추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