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의 구속 기간이 열흘 연장된 가운데 일부 팬들이 김씨의 앨범을 구매해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최근 “김호중 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 있다”며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처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김호중 씨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뒤 일부 팬들이 그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100억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며 두둔했으나 이 중 75억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또는 팬 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을 '기부'라는 이름의 선한 행동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선 지금도 특정 가수의 앨범기부를 위한 공동구매를 안내하거나 이에 동참했다고 인증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일방적인 기부에 '처치 곤란'을 호소하는 곳들도 있다.
한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에 몇백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부산의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도 "솔직히 별로 유명하지 않거나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들의 앨범이 오면 쌓일 수밖에 없다. 소비가 안 되면 자체적으로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 출시된 지 시일이 꽤 지난 앨범이나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USB 형태의 앨범이 기부돼 난감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부를 한다고는 해도 팬들이 당초에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는 행위가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도 외면할 수 없다.
K팝 팬들로 구성된 기후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는 "앨범 기부가 앨범이 출고된 뒤 바로 버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CD로 음악을 듣는 문화가 거의 없어졌을 뿐더러 전달되는 앨범 장수가 너무 많아 기부 받는 기관에서도 이를 버리는 경우가 발생해 실효성이 없다는 게 팬들의 주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리는 시기를 늦추고 주체가 바뀔 뿐 그 많은 플라스틱 앨범이 원래 용도대로 쓰이는 것이 아니기에 기부 옵션은 마치 '폭탄 돌리기'를 보는 것과 같다"면서 "기획사가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을 중단하는 것만이 기형적이고 환경 파괴적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의 구속 기간이 열흘 연장됐다.
전날인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특정법률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김씨의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오는 9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김씨의 구속 기간은 열흘 연장됐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구속 기간은 10일이며 법원 허가를 받아 추가로 1차례(최장 10일) 연장할 수 있다.
검찰은 김씨와 함께 구속된 이광득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김씨 차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삼켰다고 진술한 소속사 본부장 전모씨의 구속 기간도 연장했다.
김씨는 지난달 9일 밤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도주한 김씨 대신 김씨 매니저가 허위 자수하며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잠적했다가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음주 의혹을 부인하던 김씨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지난 19일 음주 사실을 인정했고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김씨와 소속사 관계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