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 성남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대형 모니터에 폐쇄회로(CC)TV로 촬영한 전국 주요 고속도로 현장과 교통사고 처리 상황이 나왔다. 전국 교통 흐름을 나타내는 지도, 실시간 교통량, 정체상황도 일목요연하게 펼쳐져 있었다.
일부 도로의 CCTV 화면에는 ‘작업 중’, ‘보행자’ 등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평상시와 다른 움직임을 감지해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으니 유의가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단순히 도로 현장 기록을 넘어 사고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고도화된 CCTV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레이더 기술 등을 활용한 덕분이다. 사고 인지 시간은 과거 평균 8분대에서 현재 10초로 단축됐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8500여개의 CCTV를 활용해 교통사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예방하고, 실시간 대응력도 높아졌다”며 “사고감지센서도 도로 1∼2㎞마다 설치돼 사고 발생 시 즉각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56년 만에 고속도로 5000㎞ 시대
9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중 포천-조안 구간(총 연장 33.6㎞)을 개통하면서 국내 고속도로 총 연장 5000㎞ 시대를 맞았다. 이는 1968년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 개통 이후 56년 만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지난해 기준 매일 평균 499만대다.
고속도로는 이동시간 단축과 수송 효율화의 기반으로서 근대화와 초고속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왔다. 도로 설치·관리와 이에 관련된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공사는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매년 4조원 이상을 투입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휴게·편의시설 설치와 관리, 연구·기술개발 등도 하고 있다. 연간 3만5000명의 건설고용 유발과, 대한민국 화물 및 여객 운송을 책임지고 있다.
고속도로 5000㎞ 시대를 맞으며 국민 대부분이 30분 이내에 고속도로에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교통복지가 실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대도시권 내에서는 1시간 생활권이 실현됐다.
공사는 “김포-파주 등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잔여구간과 안성-구리 등 지역별 주요 신규노선을 차질 없이 개통해 고속도로 연결망을 보다 촘촘히 하고 이와 연계된 다양한 개발사업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예측 등으로 사망자 감소
공사는 운전자들의 안전한 주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속도로 관리체계를 첨단기술과 데이터 기반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겨울철 도로살얼음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AI 예측시스템’은 고속도로 구간에 기상관측망을 설치해 얻은 노면 온도와 습도 등 기상정보를 AI가 분석해 도로살얼음 발생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AI 기반 도로파임 자동탐지장비는 주행 중 카메라로 촬영한 노면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속도로 손상 규모·위치 등을 92%의 정확도로 검출해낸다.
운전자 휴게시설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졸음쉼터’는 2011년도에 휴게시설 간 거리가 먼 구간 내의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 244곳이 운영되며 운전자들이 언제든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전국 54곳에 ‘화물차 라운지’도 운영 중이다.
분기점 등에서 눈에 띄는 분홍색과 초록색 선으로 진입로를 안내하는 ‘노면 색깔유도선’도 고속도로 안전을 위한 필수 시설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고속도로의 일 교통량은 2013년 377만대에서 지난해 499만대까지 늘었지만 사망자 수는 2013년 264명에서 지난해 150명(잠정치)으로 줄었다. 2028년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5위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공사의 목표다.
◆모빌리티 혁신 기반으로 진화
고속도로가 첨단기술을 활용해 더욱 편리하고 똑똑해지며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는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든 차량이 정차없이 고속도로 주행 중 통행료를 자동으로 납부할 수 있는 ‘스마트톨링’은 시범운영을 거쳐 도입될 예정이다. 공사는 차량 통행시간 단축, 교통사고 감소 및 환경비용 절감 등 10년간 8000억원 이상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사는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토교통부의 K-MaaS(서비스형 모빌리티)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MaaS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단일 플랫폼으로 연계해 예약, 결제, 정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 정식 서비스를 내놓고 향후 도심항공교통(UAM) 등 뉴모빌리티 및 숙박, 관광 등과 연계한 부가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고속도로 복합환승 시설 구축 사업도 추진 중이다. 기존 대중교통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새롭게 도입될 교통수단 간 환승이 이뤄지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신사업을 통해 UAM 등 도심항공과 자율주행 상용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대한민국의 도로교통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눈높이에서 미래를 대비하며 차세대 고속도로의 전환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