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에선 물물교환 화폐 격”…우크라이나 군인 사이서 불티 난 ‘음료’

러시아 침공 후 매출 약 50% 급증
″아침에 일어나면 에너지 음료 마셔”
NYT “최전선에선 물물교환 화폐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 하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에너지 음료’를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에너지 음료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카페인과 타우린이 다량 함유된 에너지 음료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해소에 도움을 준다. 기약 없는 전쟁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에너지 음료에 의존해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인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에너지 음료 매출은 50%가량 급증했다. X 갈무리(@Ukraine Front Line)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인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내수시장은 급격히 무너졌으나 에너지 음료 매출은 50%가량 급증했다.

 

생수를 주로 취급했던 음료 업체 ‘IDS우크라이나’의 마르코 트카추크 최고경영자(CEO)는 “끓는 물이나 티백 없이도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카페인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며 “에너지 음료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참호를 향해 목숨을 걸고 나아가는 병사들은 에너지 음료를 위해서라면 커피나 콜라, 심지어 물조차도 포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에너지 음료는 최전선 군인들에게 물물교환을 하는 화폐 격으로 여겨진다고도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한 군인은 매체 인터뷰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에너지 음료부터 마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이 40㎏에 달하는 장비를 들고 3일간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7㎞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면서 “이걸 마시지 않으면 힘을 어디서 끌어 오겠느냐”고 토로했다.

 

영화평론가 출신의 군인 안톤 필라토우(Anton Filatov)는 “군대에서 에너지 음료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최고의 선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약 1000km에 달하는 전선에서 버티기 위해 ‘에너지 음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즈(NYT) 갈무리

에너지 음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국 음료 업체는 이를 활용한 ‘애국 마케팅’에 나섰다. IDS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어로 자유와 의지를 의미하는 에너지 음료 ‘볼랴’를 출시한 뒤 4만 캔을 우크라이나 군대에 기부했다.

 

맥주 등 다른 음료를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던 업체가 에너지 음료 제조에 뛰어든 사례도 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맥주 업체 ‘칼스버그’는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에너지 음료 ‘배터리’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진 ‘논스톱’과 ‘핏불’ 등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에너지 음료 판매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산 ‘레드불’과 미국산 ‘몬스터’도 함께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들고 있는 에너지 음료 ‘볼랴’. IDS우크라이나 페이스북 갈무리

일각에선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건강상 문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심장부정맥학회 공식저널(Heart rhythm) 3월호에는 유전성 심혈관 질환을 앓는 환자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뒤 12시간 내 급성 심정지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한 육군 하사는 “심장 질환을 앓고 있던 나이 많은 병사 중 한 명이 지난겨울에 사망했는데 부대에서 하루 에너지 음료를 10캔씩 마시던 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그는 에너지 음료를 손에 든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