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시작과 끝, 소멸과 생성, 모임과 흩어짐.
작가 공병의 관심사다.
빛을 통해 영혼의 무형성을 표현하는데, 빛은 신성함, 경이, 아름다움, 생명 윤리성 등을 상징한다. 빛으로 영혼의 심오한 이면을 탐구하며, 빛의 존엄성과 숭고함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그는 입체감을 부여할 수 있는 15~30㎜ 두께의 투명한 아크릴판을 선택해 빛의 특성을 극대화한다. 빛은 아크릴의 부서진 공간을 채우고, 신비로움을 더한다.
특수 제작한 드릴과 도구로 아크릴판을 갈고, 찍고, 파내고, 깨뜨린다. 아크릴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작품에 빛의 경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각 작업의 순간마다 직관적 사유과 감각, 기술과 경험의 치열함을 반영해, 감각과 기술, 경험의 결합을 남겨놓는다. 들숨 날숨의 순간들을 연결시키며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작가의 예술적 역량과 전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다양한 재료 실험을 통해 예술적 표현의 범위를 넓혀온 공병이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에서 개인전 ‘빛의 이야기-비움과 채움’을 열고, 빛시리즈 신작 30여점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