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黨 대표 임기연장 가능 부패 연루자 직무정지 규정 폐지 퇴행적 사당화 민심 역풍 맞을 것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 출마하는 당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어제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했다. 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 의결로,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까지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재명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표 임기 관련 조항을 바꿨다는 점에서 “이 대표만을 위한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 대표가 대표직 연임 뒤 2027년 대선에 출마한다면 2026년 3월에는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당헌·당규 개정에 따라 이 대표는 당무위 의결을 거쳐 2026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까지 지휘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 대선을 준비하는 게 가능해진다. 전형적인 ‘위인설법’이다.
이는 민주당이 2010년부터 오랜 시간 지켜 온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흔드는 조치다. 민주당은 당권을 쥔 당대표가 대선후보 경쟁에 나설 경우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14년간 이 규정을 지켜왔다. 이 조항을 무력화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중대한 퇴보다. 더구나 특정인을 위해 공당이 당의 헌법인 당헌에 손대는 것은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무리수다.
민주당은 또 수년간 축적해 온 여러 쇄신 조치도 일거에 백지화했다. 우선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폐지하기로 했다. 당헌 80조는 2015년 당시 문재인 대표가 추진한 혁신 조치였다. 그런데 민주당은 2022년 대선 때 당무위 의결로 이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고쳤다. 이번엔 아예 이 조항 전체를 없앤 것이다. 대장동 비리와 쌍방울 대북 송금, 위증 교사 혐의 등으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 대표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했을 때는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는 ‘무공천 규정’도 이번에 삭제했다. 최고위는 당내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모바일·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반영하는 등 ‘당원권 강화’조항도 반영하기로 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영향력을 높이고, 의원들에 대한 이 대표의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민주당이 이렇게 퇴행적 사당(私黨)의 길을 가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민주당은 민심의 역풍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