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년 전부터 10대에 ‘안전한 데이트’ 교육 [심층기획-학교 성교육 ‘유명무실’]

해외선 어떻게

분노조절법 등 배워… 실제 감소 효과
유네스코 “연인사이 위계 발생” 가르쳐

해외에서는 20여년 전부터 교제폭력을 사회적 문제로 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을 진행했다.

1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미국은 각 주 보건부와 국립보건원(NIH)이 ‘10대 데이트폭력(TDV·Teen Dating Violence)’을 따로 연구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TDV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이 교제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자신이 교제폭력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판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제폭력으로 이어지기 쉬운 성차별적 태도를 경계하도록 배우고, 상호존중에 기반한 연애 관계를 위한 갈등 조정법이나 분노조절법 등도 배운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가장 선구적인 교제폭력 방지 노력으로는 1994년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시범 시행한 ‘안전한 데이트’ 프로그램이 있다. 실제 교육을 받은 8·9학년 학생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교제폭력과 연관된 행동 양상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1년 추적 조사에서는 교제폭력뿐 아니라 또래폭력 전반에 대한 효과를 봤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다.



이 같은 노력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트는 중요하다(Dating matters)’ 프로그램 등으로 계승돼 2024년 현재까지도 미국 전역의 중·고교에선 교제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유니세프가 2009년부터 출판해 매년 개정하고 있는 ‘성교육에 대한 국제 기술 지침’도 15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을 중요한 주제로 가르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포괄적 성교육(CSE)’을 통해 생식기나 성적 활동 등 신체적인 성을 넘어 성의 인지적·정서적·사회적 측면에 대해서도 가르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유네스코 지침은 12∼15세 학생들에게 경제·사회적 지위에 따라 애인 사이에서도 위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가르치도록 권장한다. 15세 이상 학생들에게는 성적 관계에서 건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온라인을 포함한 다양한 공간에서 성폭력과 성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 또한 성교육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소개된다.

남다른성교육연구소의 김연웅 활동가는 “교제폭력의 경우 관계 내 위계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거절이 어려워지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역학관계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포괄적·전인적인 성교육을 통해 적극적 동의를 표현하는 방법,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것을 배워야 교제 폭력 방지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