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환경·노동인권 이슈 이끌었지만 극우 영향력 강화로 정책 후퇴 움직임 전문가 “EU 진출 국내기업 수혜 예상 우크라戰 여파 방산시장 확대 가능성”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미국, 중국과 함께 국제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노동인권 등 일부 이슈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어젠다를 이끌며 그린딜, 탄소세 등 제도를 확립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불황과 물가 급등으로 이에 대한 역내 반발도 컸다. 몇 달간 유럽 대륙을 뒤흔든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대표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가 영향력을 강화하며 이 같은 정책 흐름의 일정 부분 후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임 도전에 나선 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강경보수인 ‘유럽보수와 개혁(ECR)’ 등 극우세력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 친기업 정책의 강화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크다.
대신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될 여지가 상당하다. 이미 미국과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보조금과 관세 확대 등 보호무역주의를 노골화한 가운데 환경, 인권 등 명분보다 ‘유럽의 이익’을 우선하는 극우 세력의 영향력 강화로 유럽도 흐름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주도 국가인 한국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국제정세와 유럽의 산업환경 영향 속 보호무역 강화가 한국에 기회가 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중국과의 ‘디리스킹’을 언급하는 등 산업 분야에서 ‘탈중국’에 나섰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종욱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EU는 오랫동안 제조 역량을 중국에 의존해 생산능력이나 공급망이 거의 무너진 상태다. 중국과 디리스킹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유럽 경제의 자강을 노리는 측면이 크다”면서 “다만, 이는 대체 유럽 제조업 육성 때까지 활용할 공급망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첨단 산업분야 제조 등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대체 공급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 지부장은 “자국의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과 달리 한국은 기업들이 이미 EU 현지에 다수 진출해 있어 정책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안보분야에서 유럽 자강론이 힘을 얻으며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방위 산업 등은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여파 속 유럽 내부에서는 역내 방위산업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 지부장은 “프랑스 등을 제외하면 현재 유럽 내에서 경쟁력 있는 방위 산업 역량을 갖춘 국가가 거의 없다”면서 “이미 유럽과 방위 산업 관련 다수 교류를 해온 한국에는 오히려 시장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