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후동행카드 단기권’ 2024년 손실금 70억 추산

서울시의회, 가격 적정성 비판
“구체적 근거 없이 저렴하게 책정”
市 “경제적 효과 고려해야” 밝혀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단기권 출시에 따른 올해 운송손실금을 약 70억원으로 추계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교통비를 세금으로 보조해주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서울시의회에선 시가 책정한 단기권 가격이 구체적 근거 없이 저렴하게 책정돼 손실금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소영철 의원에 따르면 시는 시의회에 제출한 ‘2024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기후동행카드 단기권 출시에 따른 운송손실금으로 38억2500만원을 책정했다. 이 같은 손실금 규모는 약 37만5000명이 단기권을 사용할 것으로 가정한 값이다. 운송손실금의 절반과 코레일 등에 대한 보전금을 서울시가, 나머지는 운송업체에서 부담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단기권 전체 손실금 규모는 7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서울 여의도역에서 한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하고 있다. 뉴스1

단기권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관광도시 서울의 경쟁력을 증진하겠다는 취지로 다음달부터 도입된다. 가격은 1일권 5000원, 2일권 8000원, 3일권 1만원, 5일권 1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1일권 기준 4회 이상, 5일권 기준 2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무료다.



시의회에서는 단기권 가격의 적정성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해 시와 운송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 규모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세금으로 손실금을 메꿔야 하는 사업임에도, 시가 연구용역 등 구체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가격을 설정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소 의원은 “시가 단기권 가격 산출에 참고했다는 영국 런던은 지하철 편도 운임 대비 5.3배, 프랑스 파리는 9.5배”라며 “서울은 3.5배에 그쳐 지나치게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금으로 운영하는 사업인 만큼 더 정확한 근거와 추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 의원은 지난달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의 적정 가격 산출 근거와 부정 사용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기본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시 관계자는 “내국인 기후동행카드 1일 평균 사용 횟수가 2.6회인 것을 고려해 관광객은 1일 3곳 이상의 목적지를 경유할 것으로 가정하고 합리적으로 가격을 설정한 것”이라며 “운송손실금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관광 활성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