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논의하기에 앞서 몇 가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 확보가 절실하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4.4%에 달하며, 동해가스전이 고갈된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2년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액은 약 1876억달러, 당시 환율 기준 242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25.7%를 차지했다. 둘째, 우리나라의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는 2030년대에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탄소중립 시점까지는 석유화학 원료를 포함하여 상당한 수요가 남아 있을 것이다. 셋째, 높은 수입 의존도와 수요로 인해 한국은 에너지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대응 수단도 제한적이다. 우리는 재작년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한전과 가스공사의 천문학적인 부채 증가를 겪으면서 한국이 얼마나 자원 위기에 취약한지 경험할 수 있었다. 정부와 국회가 올해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을 제정하여 공급망 3법을 완성하는 등 체계적인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 자원이 없다는 한계는 여전히 크다.
이러한 우리의 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을 찾기 위한 비용 지출이 헛되다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자원 개발 사업에서는 탐사 자료를 바탕으로 유망 구조를 발견하면 시추를 통해 기술적, 경제적으로 생산 가능한 유전인지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석유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 과거의 실패를 만회할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기대 투자 수익과 탐사 비용을 저울질하며 탐사시추 활동을 진행한다. 우리에게 에너지 안보는 절실한 목표이기에, 그동안 국내 대륙붕 탐사 활동은 가능한 한 꾸준히 계속해 왔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높은 성공 확률을 가지는 유망 구조가 보고되었으며, 그곳이 심해라는 점 때문에 시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차이가 있다.
자원개발 사업에서 20%의 성공률과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탐사 자원량을 보고받았을 때, 시추를 통해 확인해보지 않고 멈추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의 초점은 두 가지에 맞춰야 한다.
첫째,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우리 EEZ 안의 사업이며, 묻혀 있는 자원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와 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교적 촘촘한 위험 검토 체계와 분석 역량을 확보했다. 탐사 자료 해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해외로의 정보 유출도 고려해야 하므로 복수의 교차검증은 어려울 수 있지만, 탐사 자료 처리와 해석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연구 그룹이 존재하므로, 액트지오의 분석 절차와 석유공사의 판단 과정에 혹여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있다. 논란이 불거진 현재 상황에서는 속도전보다는 지구전이 불필요한 논쟁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둘째, 결과적으로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외국 기업의 자본을 유치해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광구의 일부 지분을 해당 기업에 양도해야 하며, 경제성 있는 유전으로 판명되면 이익 또한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현시점에서 탐사비를 절감하고 위험과 미래의 이익을 해외기업과 함께 나눌 것인지, 아니면 지금 우리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대신 모든 이익을 누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전략의 문제다. 국부 유출이 걱정된다면, 해외가 아닌 국내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유전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면, 생산 이후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바다 밑 깊은 땅속 사암의 모래 알갱이 사이에서 석유와 가스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게 다시 찾은 기회인 만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차분한 도전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에 이바지할 유전의 발견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