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책없는 서울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아직 환자 공지 없어

분당서울대병원노조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환자와 동료 뿐” 두번째 대자보 붙여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기로 했지만 환자들에게 예약 변경 등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수들의 대책없는 휴진으로 빈 진료실 앞에 환자들만 대기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에는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하는 두 번째 대자보가 붙었고, 환자단체는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을 당장 철회하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전날 병원 곳곳에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노조는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고 주장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의 대자보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하루 휴진이 이뤄진 4월30일 ‘환자와 동료를 사지로 내모는 꼼수단체휴진! 휴진에 동참한 의사들은 이 사태를 책임져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노조가 병원 곳곳에 붙힌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대자보. 노조는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에서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며 집단휴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두 번째 대자보까지 준비한 이유에 대해 이날 “병원 운영지침상 진료 예약 변경 기준은 휴진일 전 30일부터는 불허하고 있는데도 4월 하루 휴진으로 전화예약실 직원, 외래 간호사들과 진료지원(PA) 간호사가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진료예약, 검사, 시술, 수술 일정을 바꿔줬다”며 “이후 교수들은 더이상 휴진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도 또다시 ‘무기한 휴진’을 한다고 하니 당황스럽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1주 앞두고는 물리적으로 휴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러다 진료실에 교수는 없고 환자만 대기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의 하루 외래 환자는 약 7000명인데, 다른 검사 일정까지 고려하면 2만여건을 한꺼번에 옮겨야 한다. 노조 관계자는 변경된 진료 일정을 다시 소화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무기한 휴진 발표 당시부터 일정을 옮겼어도 (조정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환자들에 막대한 부담이 전가되는 최악의 상황인데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날 긴급 회의에서 집단휴진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린 끝에 결국 기존 휴진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전날까지 4개과 정도만 집단휴진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이날 오후까지 진료과별로 추가 논의를 진행했고, 휴진 참여과가 10개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의대 증원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이에 병원 측에 “집단휴진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으니 교수들이 직접 진료예약 변경을 하도록 해달라”고 알렸고, 노조 회원들에게는 집단휴진과 관련한 진료 예약변경 업무를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교수들의 독단적인 휴진 결정을 더 이상 돕지 않겠다는 것으로, 결국 17일 이후 불투명한 진료 일정 속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고통만 가중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교수들을 향해 “장기화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합원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병원 경영악화에 따른 책임을 오로지 조합원들이 감내하며 업무과중과 무급휴가 사용에 내몰려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금의 휴진 결의는 즉시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학교병원의 기원인 제중원은 논어에 나오는 ‘박시제중’의 준말로 ‘널리 베풀어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라며 “치료일정이 미뤄져 걱정하는 환자도, 민원과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직원도,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의학도도 없는 모두에게 좋은 결실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아울러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겐 “어려운 공부를 하고 쌓아온 공든탑을 생각해서라도 돌아오라”고 호소하고, 정부를 향해서는 “면허정지 등 처분 방침을 철회하고 진료 정상화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서울의대 교수 등의 집단휴진 예고에 대해 “국립 서울의대 교수들이 전면에 나서서 집단휴진을 하는 것은 국민과 환자들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정부는 이들과 조율하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단호한 조치를 취해서 상황을 정리해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