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 살리고 스타 中企 키우고… ‘K뷰티 성지’ 자리매김 [연중기획-K브랜드 리포트]

〈157〉 올리브영

광주에 전라권 최초 ‘럭스에디트’ 오픈
개점 2주차 손님 수·매출 전주比 3배 ↑
“유동인구 늘며 주변 상가 매출도 급증”

‘100억 클럽’ 브랜드 절반이 중소기업
경쟁력 있는 신규업체 발굴·육성 효과
해외 판로 지원 마중물 역할도 ‘톡톡’

명동 등 60개 매장 외국인 편의성 강화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몰 年 84% 성장
“ODM·한류·플랫폼 3박자 新경쟁력 부상”

지난 3일 찾은 광주 동구 충장로. ‘임대문의’ 현수막을 써 붙인 대형 건물이 많이 보였다. 너저분하게 남은 간판 흔적들만이 충장로가 한때는 ‘호남 최대 상권’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구도심 공동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겪으면서 충장로 공실률은 올해 1분기 31%까지 늘어났다.

텅 빈 상가들을 지나 충장로 중심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가 둘러진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24일 영업을 시작한 ‘올리브영 광주타운’이다. 기자가 찾았을 때가 평일 낮이었음에도 바구니를 든 채 매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3층짜리 대형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잊힌 거리로 전락했던 충장로가 다시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지난 3일 광주 동구 충장로 올리브영 광주타운점 전경. CJ올리브영 제공

고객들은 저마다 널찍하게 구성된 체험존에서 화장품, 고데기 등의 제품을 경험하거나, 매장 한쪽에 마련된 볼록거울 포토존에서는 ‘인증샷’을 찍곤 했다.



특히 전라 지역 최초로 들어선 ‘럭스에디트관(프리미엄 뷰티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대형 유통 채널의 불모지인 광주에서도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15개를 직접 테스트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이날 프리미엄 향수 제품을 시향한 선지연(25)씨는 “그동안 광주에는 화장품이나 향수를 테스트해볼 공간이 없어서 인터넷에 쓰인 설명을 보고 상상에만 기대며 상품을 구매했었다”며 “돈을 버린다는 생각으로 쇼핑을 해왔지만 이제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광주타운은 개점 2주차 객(客)수가 직전 주 대비 약 3배 성장하며 충장로 상권에 활기를 이끌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 또한 315% 급증했다. ‘올영세일’ 마지막 날인 6일에는 하루 매출이 1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국 매장 중에서도 상위 10위에 드는 수치다. 일 방문 객수 또한 3000명을 훌쩍 넘었다.

정일성 충장로1,2,3가 상인회장은 “올리브영이 개점하면서 충장로에 대학생부터 외국인 유학생까지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면서 “실제로 입점 이후 주변 상가 매출이 느는 등 충장로 상권 활성화에 올리브영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표 뷰티 플랫폼인 올리브영이 경험과 체험 기능을 강화한 특화매장을 통해 고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신진 브랜드들을 국내외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어 이목을 끈다.

◆신진 브랜드 ‘등용문’된 올리브영

올리브영은 경쟁력이 있는 신진 브랜드들을 입점하는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취급 브랜드 80%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 인디 브랜드이며, 이 같은 유통 모델은 수많은 뷰티 스타트업의 성장 발판이 되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기록한 ‘100억 클럽’ 브랜드의 절반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로 나타났다. 지난해 처음으로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중소기업 브랜드도 등장했다. 색조 브랜드 클리오와 선크림으로 유명한 라운드랩이 그 주인공이다. 중소 브랜드들이 올리브영에서 올리는 매출 규모 자체도 커졌다. 2023년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 중 7개가 신진·중소 K뷰티 브랜드로 나타났다. △넘버즈인 △닥터지 △라운드랩 △롬앤 △메디힐 △클리오 △토리든(이상 가나다순) 등이 국내외 대기업 브랜드들을 제치고 올리브영 판매 상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는 올리브영의 신생 브랜드 발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리브영이 팬데믹(2020년~2022년) 기간 발굴한 중소기업 브랜드 수가 300개에 달한다. 팬데믹으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더 많은 신규 중소기업 브랜드를 발굴한 것. 실제로 이 기간 입점한 누적 신규 브랜드 중 94%가 중소기업 브랜드였다.

◆국내는 ‘글로벌 관광상권’, 해외는 ‘글로벌몰’

올리브영이 경쟁력 있는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한편,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마중물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우선 올리브영은 국내 오프라인 매장 중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60개 매장을 ‘글로벌 관광상권’으로 관리하고 있다. 해당 매장에는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우선 배치하고 다국어 안내문을 비치하는 한편, 해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주목도 높게 진열해 외국인 고객의 구매 편의성을 높였다.

대표 매장인 ‘올리브영 명동타운’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글로벌 특화매장으로 새단장하기도 했다. 외국인 구매 편의성과 K뷰티 상품 다양성을 극대화한 쇼핑 공간을 구현, 온라인 ‘글로벌몰’과 연결하는 ‘글로벌 K뷰티 O2O(Online to offline) 쇼핑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일평균 방문 객수가 약 3000명, 매장 면적이 350평에 이르는 ‘올리브영 명동타운’은 국내 올리브영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외국인 고객 비중도 90%에 육박한다.

이같이 외국인 편의성을 높인 오프라인 매장 경험은 고객들이 귀국한 후에는 온라인을 통한 올리브영 쇼핑으로 이어지게 된다. 올리브영이 2019년 6월 론칭한 ‘올리브영 글로벌몰’은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도입한 온라인 역(逆)직구 플랫폼이다. 유망 중소 브랜드의 해외 판로를 지원하며 K뷰티 수출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가 K뷰티로 확산되면서 올리브영 글로벌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2022년 올리브영 글로벌몰 취급고는 연평균 84% 증가율을 기록했다. 취급 상품 수는 1만5000여개, 회원 수는 100만명에 육박한다.

◆‘ODM’, ‘한류’, ‘플랫폼’ 삼각편대

올리브영의 성공은 K컬처·한류 확산을 적절한 플랫폼을 통해 구현한 한국적 유통 사례로 평가받는다. 중소기업과의 협업도 성공적이다.

국내 뷰티 산업은 태평양화학공업(1945년, 현 아모레퍼시픽), 락희화학공업(1947년, 현 LG생활건강) 등이 크림·화장비누 등을 생산하며 시작됐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이들은 기술력 보완을 위해 프랑스·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과 제휴하며 성장해왔으나, 1993년 유통시장 완전 개방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협업 관계였던 랑콤, 시세이도,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법인을 설립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시장에 다른 기회로 찾아왔다. 해외 브랜드에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기업으로 시작한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제조사들이 자체적인 연구개발(R&D) 및 투자를 통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조자개발생산(ODM)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K드라마와 동방신기·소녀시대·슈퍼주니어 등 2세대 아이돌 그룹의 한류 열풍은 한국 뷰티 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 한류와 2010년대 로드숍 붐의 수혜를 받은 제조사들이 기술 투자를 확대하면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콘셉트만 있다면 생산역량 없이도 누구나 뷰티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오랫동안 홍보 파워와 브랜드 인지도, 대규모 유통망을 지닌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 온 국내 화장품 산업 생태계가 변화한 것이다.

실제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약 46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절반가량이다. 2023년 상반기에는 자동차(25억3000만달러)와 플라스틱 제품(23억7000만달러) 등 전통 제조업 분야를 모두 제치고 화장품(25억6000만달러, 약 3조4000억원)이 중기 수출 품목 1위로 올라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 신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와 한류 인플루언서, 새로운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선보이는 유통 플랫폼이 받쳐주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뷰티 생태계가 국내에 구축됐다”며 “이러한 K뷰티 삼각편대가 조성한 기류를 타고 국내 화장품 산업이 국가의 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