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도 “이재명만을 위한 당 아냐”… 민주 당헌·당규 내홍 확산

개정안 최고위 의결 후폭풍

7인회 소속 ‘찐명’ 김영진도 비토
“당권·대권 분리로 공정 대선해야”
당내 민주주의 훼손 우려 커져
국회의장 등 경선 당원표 반영도
“당원권 강화와 전혀 무관한 분야”

12일 당무위·17일 중앙위 의결
우상호 “당무위서 재검토하기를”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당내 불만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켜온 민주당의 가치와 당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특히 찐명(진짜 이재명) 3선 김영진 의원이 연일 당헌·당규 개정안 강행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친명(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비토 정서가 강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만을 위해서 민주당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며 당헌·당규 개정안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당원 중심 대중정당을 향해 나가는 민주당의 상과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당원권 강화와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의 20%(투표) 비율 적용은 전혀 무관한 문제를 섞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원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와 그 이외의 분야는 좀 구분이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의총 참석한 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오른쪽)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대선 1년 전 당 대표 사퇴 규정’에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가 임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에 대한 반대 이유로 김 의원은 “당권, 대권을 분리하고 공정한 대선을 위해서 누구에게나 기회의 균등을 주겠다는 기본적인 민주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참외밭에서 신발 바꿔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고쳐 쓰지 마라. 굳이 오해 살 일을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원조 친명’인 김 의원의 반대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2017년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표를 도왔고, 이 대표의 대학 동문이자 이 대표 최측근 그룹 ‘7인회’ 소속이다. 원조 친명마저 당헌·당규 개정안 강행에 제동을 거는 것은 민주당의 가치를 저버리고 ‘이재명당’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분출되는 것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전체 연석회의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김영진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 저는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 자체가 이 문제를 가지고 전면에 서서 문제 제기를 하거나 그러기에는 조금 저어된다”고 분석했다. 연석회의에 참여한 한 인사는 “핵심적인 발언을 한 인사 중에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또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그런데 100도까지 가기 전에 60도부터 천천히 끓어오르는 거다. 그 과정까지를 잘 관리하는 게 당의 지도자이고 당의 최고위원”이라며 당내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 때문에 12일 열리는 당무위원회에 시선이 쏠린다. 최고위에서 의결된 당헌 당규 개정안은 당규의 경우 12일 당무위 의결로, 당헌은 17일 중앙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 중진의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의사 결정구조가 최고위 당무위 중앙위이기 때문에 의사결정하는 분들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상임위원장이 당무위원으로 참석한다”고 전했다. 전날 선출된 11개 상임위 위원장들의 발언도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발언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2022년에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가 도입됐다가 당무위에서 철회됐다. 당시 민주당 비대위의 결정에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권역별 투표제는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으로서 투표권 제한의 강도가 가장 높고 거친 방식”이라며 반발 입장문을 냈다. 당시 민주당 의원 60여명도 ‘비대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자 비대위는 당무위를 거쳐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를 철회한 바 있다.

당무위 의결과 중앙위 의결 뒤에도 당내 불만이 분출할 가능성도 있다. 4선 의원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나와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당무위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재검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고, 최고령 박지원 의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황이다. 공개 발언자가 늘어날수록 이에 동참하는 의원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