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12일 법사위 첫 회의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 심의에 나선다.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 막바지에 처리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법안이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힌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또한 소관 상임위원장인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선출 하루도 안 돼 첫 회의를 여는 등 ‘속도전’을 예고하면서 6월 임시국회 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생위기에 처한 서민들을 위한 민생대책 수립, 언론자유를 회복할 방송3법과 해병대원특검법 처리를 위해 한시가 급한 과제가 많다”며 “민주당은 어제 구성된 상임위를 즉시 가동해 현안을 살피고 필요한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우선 처리 법안으로 보고 있는 건 채 상병 특검법이다. 정청래 신임 법사위원장은 이날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법사위원장으로서 간사인 김승원 의원에게 지시했다. 즉각 소위를 구성하라고”라며 이번 주 안에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예정된 첫 회의에서 김 의원을 간사로 선출하고 채 상병 특검법 심사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순직 1주기(7월19일)와 의혹 관련자 통신기록 보존기한(1년)이 다 돼 가는 점 등을 고려해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와 관련해 “7월19일 (순직) 1주기를 기점으로 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교육방송(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학계 등으로 넓히는 게 핵심인 방송3법 또한 비슷한 시기 본회의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장 KBS 이사진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기가 올 8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방송3법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개의·의결 등에 필요한 최소 출석인원을 4∼5명으로 강화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당장 13일 의원총회에서 이 법안의 당론 추인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방송3법 등 소관위인 과방위는 이날 여당 위원들이 불참한 채 첫 회의를 열어 김현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임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참석했다. 과방위는 14일 회의를 또 열어 소관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가 일찍부터 주장해온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한 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 또한 법안 심사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장에 전날 신정훈 의원이 선출된 상황이다. 이 대표가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전 국민 대상으로 25만∼35만원 상당 범위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급 시기는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로 못박아놨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이나 방송3법 외에도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발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김검희특검법이 그중 하나다. 이밖에도 거부권 행사 법안 중 양곡법 개정안·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개정안(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호법(보건복지위원회), 노란봉투법(환경노동위원회),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국토교통위원회) 등이 전날 민주당 상임위원장이 선출되면서 이른 시일 내 추진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13일 본회의를 열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13일까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게 원칙”이라며 “13일 본회의를 요청할 것이고 큰 이견이 없는 한 본회의가 열릴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연일 ‘국회법 준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13일 본회의에서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이 강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 의장은 전날 본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2024년 6월10일은 국회가 국회법을 지키기 시작한 날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아직 미완성이다. 7개 위원회 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법을 지키는 일이 완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렇게 원 구성을 단독으로 완료한 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24·25일, 대정부질문은 26일부터 사흘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장 부처 업무보고부터 요청하고 불응하면 청문회를 하겠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한 현안들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국회법에 따라 임시회의 회기 내 실시하게 돼 있는 대정부질문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하는 국회가 어떤 건지, 실천하는 개혁국회가 어떤 건지, 말이 아닌 실천과 성과로 보여드릴 것이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따박따박 갈 길 가겠다. 법대로, 원대로 제대로 끝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