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이 아쉬웠죠. 굉장히 좌절스러웠고요. 하지만 이후 강해졌어요. 생각해보면 제 농구 커리어에서 필요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해요.”
한국 농구의 희망 이현중(24·202㎝)은 2022~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국 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탈락했던 순간에 대해 이같이 돌아봤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이현중은 “돌이켜보면 성장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고 그 시절을 이야기했다.
이때만 해도 이현중의 주가는 높았다.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36∙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뛰던 데이비슨대학 시절 이현중은 180클럽(3점슛, 야투율, 자유투 성공률을 합친 숫자가 180 이상 되는 선수)에 가입했다. 수비와 체력이 약점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드래프트 지명 가능성이 작진 않았다. 하지만 이현중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왼발을 다치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이현중은 지명되지 못한 채 골든스테이트 산하 G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에서 활약한 뒤 호주와 일본 무대를 오갔다. 지난 시즌 호주 내셔널바스켓볼리그(NBL) 일라와라에서 뛰던 이현중은 일본 오사카와 단기 계약을 맺었고, B리그에서 평균 15.3점을 퍼부었다. 3점슛은 37.5%로 경기당 3개씩 꽂아 넣기도 했다.
“왔다 갔다 정신이 없었지만 각 리그의 특색을 많이 배웠어요. 호주에서는 경기 텀이 길어 매 경기 치열했고, 일본은 연달아서 경기를 치러야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또 일본에서는 같은 포지션에서 저보다 10㎝ 작은 선수들을 상대했고 공격적인 역할을 받아서 자유롭게 뛰다 왔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NBA에 다시 도전하는 이현중은 ‘더 프로페셔널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저히 준비해 100% 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소한 것부터 신경 쓰면서요. 경기가 끝나면 탄수화물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지방은 어느 정도 채워야 하는지 같은 것들이죠. 전 경기 후 포스트 리프팅이라는 훈련을 해요. 경기 후 빠진 근육을 채우기 위해 곧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훈련이죠.”
이현중은 8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목표인 NBA 진출에 다시 도전한다. “작년처럼 서머리그에 나서고 미니캠프에도 초청되면 가서 뛰어볼 계획이에요. 지난 시즌엔 간절함이 부족했던 거 같아요. ‘이 정도만 훈련했으면 됐지’하는 생각도 들었죠. 사실 서머리그를 조금 얕보기도 했죠. 이번에는 연습도 준비도 열심히 했어요. 몸도 좋아졌고요.”
국내 최고대우가 확실한 이현중에게 도전이 외롭고 힘들진 않을까.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났죠. 주변에 좋은 친구들도 많고 가족들도 많이 놀러 와서 외로울 틈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들어요.”
이현중은 도전은 곧 성장이라고 소개했다.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도전하면 당연히 실패도 하죠.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나아지고 강해지는 느낌이에요. 계속 예방주사를 맞는 거죠. 깨지고 부딪히다 보니까 이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는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이젠 즐기면서 하고 있죠.”
이현중이 해외 도전을 생각한 건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고등학교 때까지 별 노력 없이도 우승했어요. ‘내가 진짜 잘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미국이나 프랑스같이 다양한 팀과 경기를 하고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걸 느꼈어요. 우리 팀이 준비한 플레이를 보여줬는데도 점수 차는 50점씩 벌어져 있었죠. 어떤 농구를 하길래 저럴까 궁금했는데 2017년 한국에서 운 좋게 NBA 아카데미가 열렸고, 이 기회에 도전을 시작했죠.”
해외에서 받는 훈련은 그동안 한국에서 해왔던 방식과는 달랐다. “한국에서는 늘 같았어요. 오전에 패턴 훈련하고, 낮잠 자고, 오후에 뛰고 수비하고, 야간에 슈팅하는 훈련을 했죠. 매일 똑같은 하루죠. 강압적인 시스템에서 ‘이거 해라’라고 하면 ‘네’하면서 따르니까 특색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언제 끝나나’ 생각만 들었죠. 하지만 해외는 달라요. 스킬 트레이닝을 다양하게 해요. 또 어린 선수들이 의견을 내면 코치들도 반영해주고, 영상을 보고 공부도 같이해요. 저도 만약 해외 안 나갔으면 한국이 맞는 줄 알았을 거예요.”
한국 농구 성장을 위해 유망주 육성을 위한 지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유소년 시스템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투자는 확실히 해주더라고요. 일본만 보더라도 유망주가 있으면 미국에서 농구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또 영어 공부까지 시켜줘요. 부럽죠.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일본 선수들처럼 잘할 수 있는데 말이죠.”
이현중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3점슛이다. 이현중은 비결을 ‘연습’과 ‘멘털’로 꼽았다. “3점슛은 누구나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은 다음이 중요해요. 자세가 잘못됐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결국 흔들리면서 자신감이 없어져요. 슈터라면 자기 슛이 맞다고 믿는 그런 마음이 중요해요.”
그렇다면 연습량은 얼마나 될까. 이현중은 ‘극한의 상황을 꾸며놓고 감이 좋을 때까지 연습한다’고 소개했다. “제자리에 서서 공을 잡고 쏘는 훈련은 잘 안 해요. 경기 중 그런 상황은 오지 않잖아요. 보통 수비하고 코너로 전력 질주한 다음에 공을 받아 슛을 던지는 훈련 같은 걸 주로 해요. 이런 슛 1개가 제자리에서 100개 던지는 것보다 낫다고 봐요. 영상을 보면서 수비가 붙는 상황 등을 만들어 공을 던지죠. 그래야 경기 중 비슷한 상황에서도 어색하지 않아요.”
커리 후배, 또 커리 같은 3점 슈터 등 커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이현중은 이날 커리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인터뷰에 나섰다. 이 때문에 존경하는 선수는 당연히 커리일 것이라고 생각다. 하지만 이현중은 롤 모델로 커리의 동료인 클레이 톰프슨을 꼽았다. “3&D(3점슛과 수비)의 ‘끝판왕’이잖아요. 저도 꼭 NBA에 진출해서 3&D 플레이의 베스트 버전을 찾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