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방지 철저해야

미국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거리는 ‘좀비 거리’로 불린다. 평소 쉽게 마주치기 힘든 마약 중독자들을 길 여기저기서 쉽게 마주하게 된다. 이곳을 ‘좀비 거리’로 만든 것은 바로 펜타닐이다.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펜타닐은 통증에 관여하는 아편유사 수용체에 결합해 효과를 내는 마약성 진통제다. 효과가 강력해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 환자나 수술 환자에게 진통제로 쓰인다. 그러나 강한 중독성 탓에 잘못 사용하면 금단증상을 겪을 수 있다.

채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

최근 우리나라도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적 해결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용 마약류가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불법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중독 예방 및 재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마약류 처방 전 환자 투약 내역 확인을 통한 처방관리를 하고 있다. 식약처는 의사가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처방·투약받은 내역을 제공하고 있다. 2024년 6월14일부터는 펜타닐 성분을 함유한 의료용 마약류(정, 패치)를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기 전에 환자의 의료용 마약류 투약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는 투약 내역 확인 제도가 과다, 중복 처방 등 오남용 방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한 투명한 의료용 마약류 유통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의료용 마약류의 원료부터 생산, 유통, 처방, 조제, 폐기까지 모든 단계를 추적하는 정보 관리 체계다. 식약처는 공급 내역을 분석해 불법 유통을 엄단하고, 처방 내역을 분석해 오남용 조치기준을 벗어난 처방에 대해 의사에게 두 달 간격으로 알려주고 있다. 의학적 타당성이 없음에도 과다 처방하는 사례에 대해 처방금지를 명령하는 등 적정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셋째, 마약류 사용장애를 가진 사람의 사회복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식약처는 올해 ‘함께한걸음센터’(마약류 중독재활센터의 새 이름)를 종전 3곳에서 17곳으로 확대 설치한다. 전문인력 인증제도 도입해 마약류 사회 재활을 위한 시설과 인력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또 마약류로 인해 고민이 있는 사람이면 언제든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1342 용기한걸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당신의 일상(13) 24시간 사이(42) 모든 순간 함께하겠다’ 의미로 ‘1342’를 특수번호로 사용한다.

마약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마약 중독을 범죄나 일탈만으로 보기보다는 긴 치료가 필요한 난치성 뇌질환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치료와 재활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를 돕는 것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의료용 마약류가 보다 적정하게 처방되고 사용될 수 있도록 오남용 예방을 위한 정책을 세심하게 수립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마약류 예방부터 사회 재활까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할 계획이다.

 

채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