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SMR 미래의 에너지원”… 시장 선점 나서는 기업들

현대건설, 원자력硏과 ‘SFR 협약’

소듐냉각고속로, 경제·안전성 뛰어나
기술 고도화·국내외 실증사업 협력

2040년까지 SMR 年 22% 성장 전망
SK·두산에너빌리티, 美 기업에 투자
건설업계도 설비 수주 등 잰걸음 나서

인공지능(AI)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로 세계 각지에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신시장으로 떠오른 차세대 SMR 분야 관련 기술 확보 및 설비 수주 등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민관 합작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오른쪽)과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민관합작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차세대 SMR의 일종인 SFR은 미래형 혁신 원자로 중 하나로 꼽힌다. 열 중성자를 이용하는 경수로와 달리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고, 물이 아닌 액체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한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 점이 880도로 물(100도)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현대건설은 “SFR은 4세대 원자로의 핵심 노형”이라며 “사용한 핵연료를 재활용해 우라늄 이용률을 향상하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양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등 경제성, 지속성, 안전성 등이 뛰어나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SFR 관련 개발사업과 국내외 실증사업 등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SFR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4세대 원자로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차세대 SMR은 해외에서도 큰 기대를 갖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분야다. 기존 원전보다 부지 규모는 작고 안정성은 높아 도시나 산업단지 인근에도 구축하기 유리한 데다 건설 시간과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40년까지 SMR 시장이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조5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ARDP)’을 통해 SFR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도 차세대 SMR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차세대 SMR 기업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테라파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SFR 기반 4세대 원자로인 ‘나트륨’ 건설을 위한 제반공사에 착수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은 테라파워의 강력한 경쟁자인 뉴스케일파워와 손을 잡고 있다.

SMR은 신사업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설업계에서도 화두다. DL이앤씨는 SMR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DL이앤씨는 지난달 서영재 대표를 선임한 뒤 “서 대표를 영입한 것은 SMR,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발굴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다양한 협력과 투자를 통해 차세대 SMR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의 이번 협약으로 기존의 경수로형 SMR뿐만 아니라 차세대 원자로의 기술 역량 확보 및 사업 추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의 기반을 확립하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 글로벌 에너지 신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