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여전히 빈번”…상법 개정 공론화 나선 금융당국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금융당국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경영진)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공론화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전면에 나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는 상법 개정이 이뤄졌을 때 이사의 책임이 가중돼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주주 가치 훼손을 문제 삼은 소액주주들의 소송 남발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이 같은 논란에 상법 개정과 함께 경영진 면책 요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연합뉴스

◆ 금감원장 “이사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 논의할 때”

 

이 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구조’ 정책세미나에서 “쪼개기 상장(물적 분할 자회사 동시상장)과 같이 전체 주주가 아닌 회사나 특정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 및 주주의 이익보호’로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현행 상법에서는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 상장사들이 주주의 이익보호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받을 수 있도록 ‘경영판단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한다면 기업경영에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법무부 소관인 상법 개정을 꺼내고 나선 것은 대주주의 절대적 지배권을 견제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거듭되기 때문이다. 2020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리 상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LG화학 주가가 폭락해 일반 주주들의 원성이 커졌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상법 개정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자기거래 상황에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완전한 공정성을 요구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9일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투자자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주문하며 상법 개정에 불씨를 키웠다.

 

새롭게 출범한 22대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상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은 지난 5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명시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도 이달 상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상장사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상장사 15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기업이 44.4%였다. 8.5%는 M&A 계획을 철회 또는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기업들도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도 도입 시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이 61.3%(복수응답)였다. 또 회사와 주주의 이익 구분 불가(61.3%), 주주 간 이견 시 의사결정 어려움(59.7%) 등 실무적 혼선을 우려하는 기업도 많았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경영진의 어떤 의사결정이 회사에는 이익이고 주주에게는 손해인지는 기업이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업들도 주주 보호를 위한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기상여건 악화와 조사기간 휴일 포함 등에 따라 39개월 만에 최소로 나타난 가운데 12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 마련된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5월 취업자 8만명 증가…39개월 만에 최소폭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만명 느는 데 그쳤다. 39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조사 기간에 휴일이 포함돼 취업자 수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후 청년층의 구직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실업률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통계청의 ‘2024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9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명 늘었다.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소 폭으로 증가했다.

 

서운주 사회통계국장은 “국내 관광객 증가 등 영향으로 숙박·음식점업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었다”면서도 “조사 기간에 부처님오신날이 있어서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등에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26만5000명 증가했다. 65세 이상에서 29만6000명, 70세 이상 13만9000명, 75세 이상 7만2000명 각각 늘었다. 30대와 50대에서도 각각 7만4000명, 2만7000명 증가했다.

 

반면 20대와 40대는 각각 16만8000명, 11만4000명 감소했다. 15∼29세도 17만3000명 줄어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46.9%로 전년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63.5%로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1982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오른 70.0%로 집계됐다.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

 

구직활동에 나선 이가 늘어나면서 실업자도 증가했다. 지난달 실업자는 88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7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한 3%로 집계됐다. 청년층 실업률은 0.9%포인트 상승한 6.7%로 집계됐다.

 

서 국장은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라 노인 일자리 사업, 청년 인턴 등 구직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 연령대에서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 5월 은행 가계대출 6조원 급증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힘입어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난달 들어 6조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09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6조7000억원 이후 월간 증가 폭으로는 최대 수준이다.

 

가계대출 중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에서 5조7000억원이 늘었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은 3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담대 증가와 관련, “주택 거래 증가 등에 따라 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데다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은행 재원(이차보전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신용대출도 가정의 달 등 계절적 자금 수요 증가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에 이어 5월에도 늘었지만, 올해 5월까지 누적 증가 폭(14조6000억원)은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상환)이 활발했던 2022·2023년을 뺀 이전 5년의 같은 기간 평균 증가 폭보다 작다”며 “주택매매 거래 증가로 주담대 증가세가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급증하기보다는 증가 폭은 4∼5월 수준에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권 전체로 보면 5월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제2금융권에선 7000억원 줄었는데, 특히 상호금융(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에서 1조6000억원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