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아르바이트 앱으로 알게 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4)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살인, 사체 손괴 및 유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 명령을 내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1999년생으로 사건 당시 23세였던 정유정은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왜 살해한 것일까.
2023년 5월 26일, 부산광역시 금정구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뒤 시신을 훼손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 정유정은 과외 교사 아르바이트 중개 앱을 통해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한 뒤 마치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인 척하면서 “영어 과외해 줄 사람을 찾는다”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사건 범행 발생 이틀 전인 5월 24일, 또래 20대 여성 A씨가 정유정의 과외 제안에 응했으나, 이동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된 A 씨는 과외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정유정은 계속해서 과외를 해 달라고 요청하며, 일단 시범 과외 후 결정해 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A 씨는 이를 수락하게 된다.
사건 당일 오후 6시쯤 정유정은 “아이를 선생님 댁으로 보내 상담을 요청하겠다”며 온라인에서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교복 안에는 흉기를 숨긴 채 부산광역시 금정구에 있는 A 씨의 집을 방문했다. A 씨의 집에 들어온 정유정은 A씨가 혼자 산다는 것을 파악한 후, 흉기를 휘둘러 A 씨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범행 직후, 정유정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오면서 마트에 들러 칼, 세제, 비닐봉지 등을 산 뒤 다시 A 씨의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후, 정유정은 A 씨의 시신을 훼손하여 여행용 캐리어에 시신 일부를 넣었다.
사건 발생 이튿날인 27일 새벽 3시, 정유정은 캐리어를 들고 택시를 타고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호포역 인근 낙동강변으로 향했다.
택시기사는 정유정이 홀로 여행을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홀로 캐리어를 들고 숲으로 들어간 후 20분 뒤 숲 속에서 나와 다시 택시를 태워줄 수 있냐고 물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오전 6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정유정을 긴급체포했다. 수색결과 A 씨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으며 A 씨 자택에서도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 압수한 캐리어에서 A 씨의 신분증과 혈흔, 옷가지 등도 발견됐다.
정유정은 체포 당시 “하혈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해 그를 산부인과 병원으로 데려갔으니 하혈 흔적이 없다는 진료결과를 받았고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했다.
사건 발생 6일 만인 6월 1일 정유정의 신상공개가 결정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했고 정유정의 휴대전화 인터넷 기록에 ‘살인 사건’, ‘시신 없는 살인’ 등의 검색 기록이 발견됐다.
또한, 정유정은 평소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범죄 관련 서적을 여러 권 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살인을 통해 타인의 신분을 가로채는 내용의 영화인 ‘화차’를 반복해서 시청했다고 한다.
수사 결과 정유정이 범행 전에 온라인 중고 거래 앱의 채팅 기능을 이용해 알게 된 20대 여성을 북구의 한 산책로로 유인하여 살해하려고 시도했지만, 주변에 행인들이 다니는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정유정은 10대 남성을 살해하기 위해 유인하려 했으나, 그 남성이 해당 장소에 나오지 않아 이 계획 또한 무산됐다.
정유정은 오래전 부모의 곁에서 떨어져 할아버지와 지냈으며 교우관계가 적었다.
그는 대학에도 진학하지 않고 3년 넘게 무직 백수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유정은 경찰 진술에서 “살인을 해 보고 싶어서 죽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유정은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낀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손녀를 잘못 키운 죄로 유족들한테 백배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정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지난 4월 1일 정유정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