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8억, 9억→7억… “집값 무릎 수준인 듯… 지금이라도 사자”

원지환 한국은행 차장 “주담대 증가세 지속할 듯”
지난 4월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붙은 매매·전세 매물 가격 표. 연합뉴스

 

결혼 2년째를 맞는 30대 직장인 우모 씨는 요즘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다. 현재 집값이 많이 내려왔다는 판단에서다. 다음 달 출산을 앞둔 우 씨 부부는 최근 은행을 찾아 신생아 특례대출까지 알아봤다. 우씨는 “지금 집을 못 사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거 같다”며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는 대로 회사 근처 아파트를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당산동에 직장을 두고 있는 우 씨는 신길동의 한 구축 복도식 아파트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 우 씨는 “집값이 현재 많이 내려와 무릎 수준인 것 같아요. 더 오르기 전에 매수해 등기를 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13일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아실)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삼환아파트 25평형은 지난달 11일 8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3년 전 9억 9,000만 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현재 15% 정도 가격이 내려온 수준이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이 아파트 25평형 매물 가격은 7억 후반대부터 8억 초·중반대까지 형성됐다.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하는 60대 사업가 정 모 씨는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 대단지의 시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내년 초 결혼하는 자녀가 있는 정 씨는 자녀의 신혼집으로 본가와 가까운 봉천동의 한 아파트를 마련해주려고 계획 중이다.

 

이날 아실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아파트 25평형은 지난 8일 7억 6,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 2년 전 9억 4,000만 원까지 올랐던 아파트로, 현시점 대비 19% 정도 하락한 수준이다.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에는 2021년 대비 15~20% 하락한 아파트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국민의 국내 부동산 시장 참여 의지가 살아나면서 주택 거래가 늘고 있다.

 

그로 인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6조 원 불었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09조 6,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5월 증가 폭(+6조 원)은 지난해 10월(+6조 7,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70조 7,000억 원)이 5조 7,000억 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 8,000억 원)이 3,000억 원 각각 늘었다.

 

원지환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 거래 증가 등에 따라 자금 수요가 지속하는 데다 주택도시기금 정책 대출이 은행 재원(이차보전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신용대출도 가정의 달 등 계절적 자금 수요 증가와 함께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 가계대출 동향 평가와 전망 관련 질문에는 “주택 매매 거래 증가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어느 정도 지속하겠지만, 6월을 비롯해 향후 급증하기보다는 증가 폭이 4~5월 수준에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