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교수 집단휴진, “죽음 내몰지 말라” 환자 절규 안 들리나

제자만 챙기는 이기주의 도 넘어
92개 환자단체 첫 집단행동 울분
대안 내놓고 전공의부터 설득해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 단체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에 무기한 휴진·전면 휴진 결정 즉각 철회와 함께 정부에 진료지원 인력 합법화를 통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 국회에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입법 추진 등을 요구했다. /2024.6.13 이제원 선임기자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 단체가 어제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했던 환자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이라며 “환자들은 이제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일부 참석자는 회견문 낭독이 시작되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서야 할 만큼 절박해진 환자들의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은 한계점에 다다른 지 오래다. 4개월이 흐르는 동안 엘리트 집단이라는 의대 교수들의 행동은 상식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이 오는 18일 하루 전면 휴진에 나서고 서울대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 소속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확정됐는데도 정부와 전공의를 중재하기는커녕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키울 뿐이다. 환자의 생명보다 제자의 안위부터 챙기려는 교수들의 직역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질타가 잇따른다.



병원 내 갈등도 커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노조는 교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진료 연기·예약취소 등 업무를 보이콧했다. 진료 거부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간호사 등 병원 조직원들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의대 교수까지 ‘환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의사의 소명을 잊고 뒤틀린 특권의식에 빠져있는 행태가 개탄스럽다. 교수들의 ‘중구난방’식 태도가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곱씹어봐야 한다. 서울대·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는 ‘정부의 가시적 조치’라는 모호한 조건을 내걸었다. 오죽하면 환자단체들이 의사들에 대한 고소·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나섰겠는가.

정부와 의료계 간 불신의 골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이를 수습할 책임은 스승인 교수들에게 있다. 정부가 의료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혁안을 만들고 있지만, 성패는 의료계에 달려있다. ‘강 대 강’ 의정 갈등을 부추기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부터 멈춰야 한다. 강단과 환자 곁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면서 정부에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전공의들을 설득해 의료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게 교수들의 책무다.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는 환자들의 절규를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