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시진핑에 “평화·안정 수호 책임 공동으로 짊어지자”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신임 총통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평화 안정을 수호하고 지역 번영을 구축하고 세계 평화를 진전시키는 책임을 공동으로 짊어지자”고 제안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AP뉴시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3일(현지시간)자 최신호를 통해 라이 총통이 자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양안)의 평화 안정은 세계 평화와 번영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라이 총통은 이어 시 주석을 향해 “대만해협 갈등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 안정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라이 총통이 시 주석을 향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라이 총통은 자신이 취임사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이 주창한 ‘네 가지 견지’를 지키겠다고 밝혔다면서 “우리는 (중국에) 굴복하지도, 자극하지도 않을 것이며 현상태를 유지하고 우리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 가지 견지는 전임 차이잉원 정부가 2021년 발표한 양안 관계 원칙으로 △자유·민주 헌정 체제를 영원히 견지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상호 불예속 견지 △주권 침범·병탄 불허 견지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 견지와 전체 대만 인민의 의지 준수를 뜻한다.

 

그가 취임사에서 “우리 모두 알고 있듯 주권이 있어야 비로소 국가”라며 “중화민국 헌법에 따라 중화민국 주권은 국민 전체에 속하고, 중화민국 국적자는 중화민국 국민이며,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밝히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라이 총통은 이와 관련해 “국제법상 우리는 이미 주권국가다. 저는 그 진실을 처음 표현한 사람도 아니었다”면서도 자신의 의도는 중국을 자극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라이 총통은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군사적 팽창주의는 지역 평화·안정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이것이 바로 대만을 비롯한 여러 국가 자본투자가 더이상 과거와 같은 속도로 중국으로 향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주장의 근거로 2010년 대만의 대중국 투자가 대만 해외투자 전체의 83.8%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11.4%로 급감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라이 총통은 세계를 선도하는 대만의 반도체 업계 경쟁력에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반도체 산업이 미국과 가까워지고 중국과 멀어지더라도 갈등 위협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정학적 변화는 반도체 기업 분산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겠지만 글로벌 공급망 구조조정이 특정국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갈등의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