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보임과 틸레만 모두 카리스마가 대단하세요. 특히 틸레만은 눈빛만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아우라(고유의 기운)가 보통이 아닙니다.”
4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32)이 전한 새 음악감독 크리스티안 틸레만(65)에 대한 인상이다. 독일 지휘 거장들의 계보를 잇는 틸레만은 30년가량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이끌다 건강 악화로 지난해 물러난 다니엘 바렌보임(82)의 후임으로 선임돼 올해 9월 취임한다.
내한 독주회를 앞둔 이지윤은 16일 세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틸레만은) 예민하고 본인의 음악적인 방향이 뚜렷해서 30년 동안 바렌보임과 같이 한 단원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는 중”이라며 “(틸레만과 악단이) 함께 가게 될 투어(연주)와 오페라 연주들에 기대가 많이 된다”고 전했다. 틸레만은 건강이 안 좋아진 바렌보임을 대신해 2022년 10월과 11월 각각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공연과 첫 내한 공연을 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지휘하는 등 몇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너무 훌륭한 연주였고 황홀한 경험이었다”고 기억하는 이지윤의 틸레만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다.
이지윤은 불과 25살이던 2017년, 바렌보임에게 발탁돼 악단의 첫 동양인 종신 악장이자 첫 여성 악장, 최연소 악장으로 단원들을 이끌어왔다. 빼어난 실력과 인품으로 세계적 거장 지휘자와 단원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매끄럽게 해냈다. 그동안의 악장 경험이 자신을 얼마나 성장시켰는지 물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오페라를 위주로 연주하기 때문에 7년 동안 정말 많은 레퍼토리를 연주하면서 음악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독주할 때 경험할 수 없는 것, 예술은 끝이 없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와 같은 악단이다. 슈타츠오퍼가 오페라 연주가 아닌 관현악 공연을 할 경우 슈타츠카펠레란 이름을 사용한다
이지윤은 이달 2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국내 관객과 만난다. 바그너의 연가곡 ‘베젠동크 가곡’ 중 ‘꿈’을 시작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슈만의 ‘3개의 로망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까지 독일 작곡가들 작품을 연주한다. 그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독주회라 (평소) 아주 편하게 느끼는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짰다”며 “제가 독일에 살면서 제일 많이 다뤄보고 연주한 작곡가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피아노 반주로 함께한다.